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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좋고 매부 좋고… 요즘은 ‘민관 뮤지컬’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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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좋고 매부 좋고… 요즘은 ‘민관 뮤지컬’이 대세

입력
2018.10.16 04:40
수정
2018.10.18 15: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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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시가 주도하고 HJ컬처가 제작한 뮤지컬 '1446'은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에 힘입어 시범 공연과 해외 워크숍이라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발전시켰다. HJ컬처 제공
경기 여주시가 주도하고 HJ컬처가 제작한 뮤지컬 '1446'은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에 힘입어 시범 공연과 해외 워크숍이라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발전시켰다. HJ컬처 제공

“이것이 왕의 길인가” 고뇌하며 왕좌에 앉았던 충녕은 훗날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고 성군으로 길이 남은 세종대왕이 된다. “죽어도 죽지 않는다”를 외치던 신흥무관학교 학생들은 대한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용 극장에서 공연 중인 ‘1446’과 같은 극장에서 초연을 마친 후 현재 전국 순회 중인 ‘신흥무관학교’가 품고 있는 내용이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두 작품은 공통분모가 하나 더 있다. 이른바 ‘민관(民官) 뮤지컬’. 관 주도로 민간이 참여해 만들어진 뮤지컬로 역사 소재를 바탕으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공공기관의 홍보 효과까지 노린다. 두 작품은 관의 투자를 발판 삼아 민간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장성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446’은 세종대왕 영릉이 위치한 여주시가, ‘신흥무관학교’는 제70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육군본부가 주최하고 제작에 투자한 뮤지컬이다. 작사와 극작, 작곡, 연출 등은 모두 민간 인력이 참여했다. ‘신흥무관학교’의 제작사 쇼노트와 ‘1446’의 제작사 HJ컬처는 뮤지컬계에서 인정받는 작품을 선보여 온 곳이다.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만든 작품은 꽤 있었지만, 지역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국한되거나, 지역적인 목적을 노골적으로 반영한 경우가 많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며 “최근 들어 투자와 제작이 이원화되는 경향이 등장하면서 이전보다는 진화한 작품이 제작됐다”고 분석했다.

민관 합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육군본부가 주도한 뮤지컬이었기에 지창욱, 강하늘 등 군 복무 중인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 육군본부ㆍ쇼노트 제공
민관 합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육군본부가 주도한 뮤지컬이었기에 지창욱, 강하늘 등 군 복무 중인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 육군본부ㆍ쇼노트 제공

관의 안정적인 자본은 민간 제작사만으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도전을 가능하게 했다. ‘신흥무관학교’의 경우 배우 캐스팅에서 육군본부의 덕을 봤다. 군복무 중인 배우 지창욱과 강하늘,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멤버 성규를 한 무대에 세운 것만으로 티켓이 일찌감치 팔려나갔다. 쇼노트의 관계자는 “스타 캐스팅뿐만 아니라 무술 전공자, 태권도 특기생 등 군인들 중에서 참신한 캐스팅이 가능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1446’은 시범공연과 영국 워크숍까지 거치며 작품 개발을 해 왔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는 2~3년에 걸쳐 작품을 개발하기 쉽지 않은데 지자체의 중장기적 투자가 도움이 됐다. 정수연 공연 평론가는 “민관 합작 뮤지컬은 제작 주체와 제작비가 명확하기 때문에 공연이 중간에 취소될 가능성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육군본부는 ‘신흥무관학교’ 전체 예산 18억원 중 9억2,000만원을 댔다. 여주시는 ‘1446’의 올해 제작비 중 30%가량을 보탰다.

시장성에 얽매이지 않고 의의가 있는 소재를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신흥무관학교’는 육군본부의 소재 공모를 통해 발굴됐다. 신흥무관학교는 독립군 3,500여명을 배출한 만주 지역의 독립운동기지였지만 콘텐츠 소재가 된 적이 거의 없었다. 반면 세종대왕은 너무나 잘 알려져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대에 잘 올려지지 않았다. 한승원 HJ컬처 대표는 “민관이 합작하면 가치와 철학을 소개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 수 있다”며 “수익성만 본다면 뮤지컬화하기 어렵지만 우리의 정체성과 자산을 알린다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필요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특정한 목적성을 지닌 민관 뮤지컬이더라도 예술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은 있다. 정수연 평론가는 “뮤지컬 제작을 주도한 기관들이 공연을 하나의 장르로서 활용만 할 것이 아니라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한 작품을 한 번 올리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종원 교수도 “뮤지컬과 같은 문화 수단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세련된 방식이지만, 기존의 뮤지컬 관객도 만족할 만한 작품이어야 그 목표도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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