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공정위의 한 간부를 업무에서 배제한 조치가 집중 타깃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해당 간부가 사건처리 절차를 투명하게 바꾸는 등 내부 개혁을 추진하다 업무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대기업 갑질 사건을 무마했다”는 전직 공정위 직원의 폭로도 나왔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의 신청으로 이날 국감 증인석에 나온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급)은 “2015년 9월 공정위 전원회의와 소회의의 위원들 논의내용을 기록하고 표결 결과와 녹음을 남기도록 (회의록) 지침 제정을 주도했는데, (내부에선)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 사건은 ‘공정위 사무처(검찰 역할) 조사→심사보고서 작성→위원회(법원 1심 역할) 상정→심의 및 결론’ 등을 거쳐 처리된다. 이 과정에서 투명성 강화를 위해 위원회의 구체적인 심의 내용을 회의록 형태로 남기기로 했는데, 이 같은 시도를 공정위 간부들이 막았다는 것이다.
이후 판사 출신인 유 심판관리관은 지난 10일 직무 정지됐다. 그는 이 같은 직무정지가 개혁을 추진하는 자신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유 심판관리관은 “법원에 못지 않은 투명한 절차나 공정한 결과로 (사건이) 처리가 되도록 많은 제도를 개선했다”며 “그런데 4월 사무처장이 ‘우린 준(準)사법기관이 아니다’, ‘전결권을 박탈할 테니 받아들여라’고 말했고, 이후 계속 업무를 하나하나 박탈하며 직원들의 하극상을 부추겼다”고 강조했다. 지 의원은 “공정위 개혁을 막고 있는 (내부)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이렇게 지 의원이 유 심판관리관의 폭로를 이끌어낸 후 김 위원장의 해명을 듣지 않고 질의를 끝내려고 하자, 여야간 충돌이 빚어져 국감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국감이 재개되자 김 위원장은 “(유 심판관리관에 대해) 조치를 취한 것은 심판관리관실 다수 직원의 갑질 신고가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직원들에 대한 유 심판관리관의 갑질이 심해 업무에서 배제하게 된 것이란 설명이다.
공정위가 대기업에 ‘면죄부’를 줬다는 폭로도 나왔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당시 이상협 공정위 서기관이 “위법성이 크다”고 판단한 사건이 2016년 9월 심사절차 종료(무혐의) 처리됐다. 해당 사건은 자동차 부품기업인 만도로부터 갑질을 당한 협력업체가 3차례나 신고한 사건이었다. 3차 신고 때 사건을 배정 받은 이 전 서기관은 만도의 부당감액 행위가 위법하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정기인사가 나자 이 전 서기관은 후임자에게 이를 인계했다. 하지만 그 후 다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서기관은 ‘공정위가 대기업을 봐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심증을 갖고 있나’는 성 의원의 질의에 “공정위가 심의절차 종료를 통해 사건을 무마하는 게 굉장히 많다”고 답변했다. 그는 “(심의절차 종료로 사건을 무마하는 방식은 크게) 증거를 은폐ㆍ누락시키거나, 증거 판단을 이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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