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필로폰을 들여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관리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두꺼운 철판으로 만들어진 나사 제조기 안에 필로폰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필로폰 112㎏을 밀반입하고 일부를 유통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장모(25)씨 등 대만ㆍ일본ㆍ한국인 8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필로폰 90㎏은 시가 3,000억원 상당으로 3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수사기관이 압수한 필로폰 총량(30㎏)의 3배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대만인 장씨는 총책 A(27)씨의 지시를 받고 지난 7월 필로폰이 담긴 나사 제조기를 부산항을 통해 반입했다. 장씨는 이 중 22㎏을 세 차례에 걸쳐 일본인 B(34)씨에게 전달했고, B씨는 이를 다시 마약 조직원 이모(63)씨에게 전달하고 11억원을 수령했다. 이러한 마약 거래엔 대만 폭력조직 ‘죽련방’과 일본 3대 야쿠자 중 하나인 ‘이나가와파’가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4월 국정원으로부터 필로폰 밀반입 관련 첩보를 입수, 소량의 필로폰 거래가 확인된 장씨를 쫓았다. 그러던 중 관세청이 나사 제조기를 들여온 장씨를 의심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출국 직전 덜미를 잡았다. 이후 장씨에게 활동비를 전달한 대만인 심모(23)씨 등 7명을 연달아 붙잡았다.
조사 결과 대만 마약조직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마약 거래의 모든 과정을 세분화해 각각 다른 사람이 수행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원들은 서로의 정보를 모른 채 소지한 지폐의 일련번호를 암호 삼아 거래하는 등 신원을 철저히 숨겼다. 경찰 관계자는 “대만ㆍ일본 조직 총책을 추가로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렸고, 한국 조직 총책 역시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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