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財)야의 고수를 찾아서] 부동산 전업 투자 3년여 만에 100억 자산 김형일씨
김형일(46)씨는 1972년 전북 장수에서 빈농의 1남5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을 돕다 작두에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잘렸지만 접합 수술조차 못할 정도로 가난했다. 이후 대구로 이사했지만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90년대 전문대를 나와 삐삐 제조업체, 주유소, 채권 관리 기관 등을 전전한 그는 아무리 고기가 먹고 싶어도 스스로 정한 한끼 식대(3,000원)를 넘어서는 식당은 결코 가지 않았다. 결혼식장에 입고 갈 그럴듯한 양복 한 벌 없이 지냈다. 그의 짠돌이 생활은 지역 방송국에 소개될 정도였다.
그러다 10여년간 비정규직으로 채권 관리 일을 하다 우연히 경매를 접하게 됐다. 연간 한 차례 정도 대구 지역의 괜찮은 물건을 낙찰 받아 관리한 뒤 되파는 ‘부업’을 했다. 이후 부동산 중개업을 거쳐 악착 같이 모은 돈과 대출금으로 종자돈 1억원을 마련해 2015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전업 투자에 나섰다. 한 달에 열흘 안팎 임장(부동산을 직접 찾아가 주거환경과 특성을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다니며 전업 투자자로 나선 지 3년여만에 그는 아파트 토지 임야 등 부동산 40여개를 보유한 100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올랐다.
현재 김씨는 2000년대 초 절약을 위해 가입한 인터넷포털 다음의 재테크 카페 ‘짠돌이’에서 75만명의 회원에게 내 집 마련을 비롯한 다양한 부동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 카페 ‘부동산오아시스’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9ㆍ13 대책으로 부동산 규제가 강화됐지만 대전 인천 등 저평가된 지역에선 아직 기회가 있고, 도시재생사업을 겨냥해 고택이나 한옥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3년여 만에 거부가 된 비결이 궁금하다.
“은행 등에서 채권 추심 일을 하다 보니 부동산 경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 경험을 살려 2010년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했다. 당시 부산 투자자들이 미분양된 대구 아파트를 많이 사는 것을 봤다. 인구도 줄고 경기도 안 좋은 대구에 집을 왜 사는 지 궁금했는데, 이들은 ‘대구가 저평가돼있다’고 했다. 이후 실제로 대구 아파트가 오르기 시작했다. 경매를 하면서 대구는 잘 안다고 자부했고 가격이 빠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완전히 틀린 셈이다. 그때부터 대구가 아닌 전국으로 시야를 넓혀 공부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국토개발계획, 도시기본계획, 한국감정원 주택동향 등을 살펴보고, 현장을 자주 갔다. 전국 데이터를 갖고 분석하니 서울이 전세가는 계속 오르는데 매매가는 하락하거나 보합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게 됐다. 저평가돼 있는 만큼 ‘대세 상승장’이 시작될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중개업을 접고 전업투자자로 나선 계기다. 한 달에도 부산 대전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며칠씩 찜질방이나 모텔에서 지내며 현장을 다니니 확신은 더 굳어졌다. 흙수저 중에서도 흙수저라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대세 상승장이 뭔가.
“해당 지역의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시기를 말한다. 경매 보다 좋은 것이 급매이고, 급매 보다 좋은 게 대세 상승장이다. 이때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다. 예컨대 서울 부동산이 하락한 2009년부터 부산 부동산은 3년 가량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구 역시 2011년부터 2년간 집값이 뛰고 2016년 조정을 받았다. 지역마다 대세 상승 시기가 다르다. 서울은 3년 전 대세 상승장이 시작됐다. 이런 때는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어떤 것을 사도 오른다. 부동산은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시기를 사는 것이다. ”
-서울 집값은 이미 너무 많이 올랐다.
“서울 부동산이 크게 오른 이유는 과거 8년간 안 올랐기 때문이다. 정체된 게 한꺼번에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울의 주택 매매가는 정체되거나 하락한 반면 전세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폭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동안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상승이라고 본다.”
-앞으로 서울 집값은 하락하나.
“정부의 9ㆍ13 주택 안정화 대책으로 조정기가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조정기가 지나면 다시 상승한 것처럼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건설사에 분양 일정을 연말로 미루라고 했는데 연말이나 내년 초 분양해도 청약 경쟁률은 매우 높을 것이다. 그럼 다시 바람이 불 수도 있다.”
-서울 외 대세 상승장이 예상되는 곳은 어디인가.
“인천과 대전이다. 수도권 아파트는 상승세가 서울 강남에서 강북으로, 다시 광명과 부천 등으로 번져 이제 남은 곳은 인천뿐이다. 대전은 세종시에 신규 아파트가 대량 분양되면서 대전 사는 사람들이 세종시로 많이 빠져 나가면서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좋은 학교와 연구단지가 있는 만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조정기에 접어든 지금이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기회다. 무주택자라면 내집 마련을 권한다. 2년 전에도, 1년 전에도 ‘지금 내집 마련이 늦지 않았냐’는 문의가 많았지만 항상 답은 같았다. 또 5억원이던 아파트가 10억원이 된 상황에선 굳이 아파트만 바라볼 게 아니다. 발품을 팔아 허름한 주택을 저렴하게 구매해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하는 것도 방법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보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매년 10조원씩 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옥이나 30, 40년된 고택을 리모델링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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