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특히 스포츠ㆍ연예 팬들에게 스타의 국적은 대개 무의미하지만, 안타깝게도 예외는 있다. 그리스와 터키, 우루과이와 브라질, 한국과 일본 등 역사가 어질러놓은 정서적 장애물이 존재할 때 그렇다. 일본의 걸출한 프로야구 선수 스즈키 이치로(1973.10.22~)는 선수로서의 기량 말고도 인간적 매력이 넘치지만, 한국에서는 의식적ㆍ무의식적으로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의 어떤 말을 옹졸하게 왜곡ㆍ곡해한 예도 있었다.
이치로는 92년 일본 오릭스 블루웨이브에 입단, 94년 1군 첫 정규시즌서 200안타(최종 210안타)와 69경기 연속출루 기록을 달성했고, 2001년 미 메이저리그로 이적하기까지 내도록 자신의 타격부문 기록과 혼자 경쟁했다. 그는 정교한 배트 컨트롤 능력과 스피드를 겸비한 이상적인 타자이고, 발도 빨라 거의 매년 30회 이상의 도루를 기록했다. 시애틀 매리너스 외야수로 데뷔한 메이저리그 첫 해 242안타(타율 3할 5푼)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차지했고, 2004년 262안타로 84년의 시즌 최다안타 기록(257안타)을 허물었다.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으로 8년 연속 골든글러브(외야수 부문)를 수상했다. 그의 타율은 2012년 이후 2할대로 내려섰고, 2015년에는 2할2푼9리를 기록했다. 그 안간힘으로 2017년 통산 3,000안타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의 인기는 미국서 편지 봉투에 ‘Ichiro’만 적어 팬레터를 보내도 일본의 그의 자택으로 배달된다고 할 만큼 대단하지만, 정작 그는 사생활을 중시해 일본에서의 삶보다 미국 생활을 더 선호하고, 일본 정부의 국민영예상 제안을 두 차례 거절했고, ‘아마추어들의 제전’이라며 올림픽 대표팀 합류를 거부해왔다. 연중 딱 나흘만 쉰다는 그를 미국 언론들은 ‘메이저리그의 아이언맨’이라 부른다. 그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더 피곤해지는 체질”이라고 말했다. 뉴욕 양키스,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쳐 그는 올 초 친정 매리너스의 1년 계약선수로 복귀했다.
만 43세인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령 바르톨로 콜론(Bartolo Colon)보다 51일 적게 산 고령 2위의 현역이다. 그의 목표는 50세까지 선수로 뛰는 것이지만, 올 시즌 15경기 2할 5리의 타율을 기록한 뒤 지금은 특별고문이란 ‘못마땅한’ 직함을 달고 있지만, 언제건 그는 다시 타석에 설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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