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IPC(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 척도’는 식량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국가별로 진단하기 위해 관련 국제기구 및 단체들과 함께 만든 기준이다. 적정(Generally Food Secure)서부터 재난까지 총 다섯 단계가 있고, 유엔 등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대상은 하위 3단계다. 대충 말하자면, 전체 가구의 최소 20%가 먹을 게 부족해서 살림살이라도 팔아야 할 지경인 단계- 20%가 더 이상 팔 세간도 거의 남지 않은 단계- 20%가 생존 한계상황의 ‘인도주의적 재난’ 단계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규정한 ‘만성 기아(Chronic Hunger)’는 “적정한 삶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음식물을 만성적으로 섭취하지 못하는” 상태다. WFP의 2017년 10월 보고서는 세계 인구(약 76억명) 중 10%가 넘는 8억1,500만명이 만성 기아 상태로, 그중 60%가 여성이고 5세 이하 어린이는 매년 약 500만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한다고 밝혔다.
식량관련 기구들의 연합기구인 ‘FSIN(Food Security Information Network)’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1억800만명이 IPC 척도 3~5단계의 삶을 살고 있다. 2015년에는 8,000만명에 약간 못 미쳤다. 2000년대 들어 새천년개발계획(MDGs)이란 15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온 유엔은 2016년 지속가능개발계획(SDGs)이란 걸 또 만들었다. 경제 사회 환경 보건 등 17개 주제를 정했고, 그중 첫 번째가 빈곤, 두 번째가 식량문제였다. 2030년까지 ‘기아 제로’를 달성한다는 게 목표. 그 첫해에 굶주림 인구가 2,000만명 늘어난 것이다.
원인으로는 시리아 내전 등 분쟁과 기상이변(엘니뇨)이 꼽혔다. 전쟁과 기후 변화는 언제나 식량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다. 분쟁 국가인 아프가니스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등 18개국(아프리카 15개국, 중동 3개국)이 이 단계의 60%(7,400만명)를 차지했고, 가뭄으로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23개국 3,900만명 가운데 3분의 2도 중ㆍ남부 아프리카에 분포했다. 오늘은 FAO의 1945년 설립 기념일이자 79년 제정된 ‘세계 식량의 날’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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