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북미 간 신뢰구축이 우선임을 강조하며 핵 리스트 신고를 거부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비핵화의 핵심 쟁점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이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향후 실무자 협의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이 “핵 리스트의 일부라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자,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 리스트를 제출해도 미국이 믿지 않을 것이고 재신고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싸움이 될 것”이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또 “비핵화 조치를 취하려면 북미 간 신뢰구축이 우선 필요하다”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북미 간 신뢰가 구축되면 비핵화는 미국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북한 측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유해 반환 등의 성의 있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미국도 이에 호응하기 위해선 경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대해 북한이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선언에서 밝힌 영변 핵 시설 폐기만으로는 종전선언에는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대량파괴무기 제거와 현재 보유 중인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식 발사대를 일부 폐기 또는 국외 반출 시 북한이 납득할 수 있는 종전선언 등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영변 핵 시설은 폐기 이전에 핵 활동 기록을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미국 전문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의 사찰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사찰 수용 여부는 실무자 협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실무자 협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맡고 있고 이들은 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조만간 열릴 전망이다. 만약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전문가들이 핵 시설 사찰과 관련해 북한에 장기 체류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이 타협안으로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실무자 협의의 행방도 낙관할 수 없는 처지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정권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내달 6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열릴 것이라고 밝힌 것도 실무자 협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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