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주 방북 후 예고했던 북미 실무급 협상이 이르면 이번주 열릴 전망이다.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첫 공식 협상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실상의 의제 조율이 이 협상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양측 협상 결과에 따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사찰이 진행되면 이를 동력 삼아 2차 북미정상회담 시기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이 카운터파트로서 처음 진행하는 이번 실무 협상은 빠르면 이번주 진행될 것으로 외교가에선 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7일 방북 후 실무그룹 논의를 예고한 데 이어 북측도 곧바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협상 장소로는 당초 미국이 북측에 제안한 오스트리아 빈과 함께, 최 부상의 이동 편의성을 감안해 판문점도 거론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의 취임 전 대북 실무 협상을 책임졌던 성 김 주필리핀 대사도 7월 초 판문점에서 최 부상과 회동한 적 있다.
북미 실무급 협상의 최우선 의제는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문제다. 폼페이오 장관이 큰 틀에서 합의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이행하기 위해 실무급에서 시기와 방식, 사찰단 구성 등 세부사항을 최종 조율하는 것이 예상 가능한 수순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실무협상의 핵심은 풍계리 사찰 및 검증”이라며 “나아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 사찰과 영변 핵시설 폐기의 초기 조치를 추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풍계리 사찰 시기가 확정되면 북미정상회담 시기도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11월 미 중간선거 이전에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선거 후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미 신뢰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공약한 이상 이를 서둘러 이행해 북미회담을 위한 동력으로 삼으려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북미 정상회담을 예고하며 ‘미국은 급할 것이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변심하기 전 풍계리 사찰을 마무리 짓고 싶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12일(현지시간) ‘두세달 내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했지만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하면 정상회담 시기는 11, 12월으로 추려진다. 다만 정상회담에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 외에도 동창리 시험장 사찰,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이에 대한 미국 측 상응조치 합의가 이뤄져야 해 여전히 과제가 산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정상회담 성공 여부는 영변 핵시설 폐기 로드맵이 도출되는지에 달려 있는데, 이는 대북제재의 단계적 해제도 포함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정부가 제재 완화에 있어 아직 완고한 입장이라 정상회담장에서 두 정상 간 담판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