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히말라야 원정대가 등반 중 사고를 당한 곳은 네팔 서부 히말라야 산맥 중 다울라기리 산군에 속한 구르자히말이다. 구르자히말은 해발 7,193m이며, 다울라기리 산군의 최고봉 높이는 8,167m로 세계에서 7번째로 높다.
히말라야 8,000m급 산은 14개, 7,000m급은 구르자히말 포함 250개가 있다. 구르자히말은 베테랑 산악인들 사이에서 ‘미지의 험산’으로 통한다.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인근 지역에 숙박 등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특히 산세가 거칠고 급경사와 계곡이 많아 산악인의 등반이 흔치 않은 산이지만, 한편으로는 동경의 대상이다. 1969년 일본 원정대가 처음 정상에 올랐고, 1972년 프랑스 원정대가 새로운 루트로 등정에 성공했다.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는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신 루트 ‘코리안웨이’ 개척에 나섰다. 원정대는 남벽 직등 신루트로 도전을 택했다. 김 대장은 2016년부터 ‘코리안웨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구상 미등정 봉우리와 고산 거벽에 신 루트를 개척해 ‘코리안웨이’ 이름을 붙이는 프로젝트다. 모두 알파인스타일로 경량속공 등반할 계획이었다.
남선우 대한산악연맹 등산연구원장은 “구르자히말은 산에 올라가는 기존의 노멀 루트가 힘든 봉우리는 아니다”면서 “그러나 원정대가 정복하려던 남벽은 얘기가 다르다. 알프스는 북쪽이 가파르고, 히말라야는 남벽이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히말라야 남벽은 매우 험준해 ‘등반성’이 높다”며 “등반성은 산의 높이와 관계 없이 산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가를 따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정대는 네팔 제2의 도시인 포카라를 경유해 다르방(1,070m), 팔레(1,810m), 구르자 고개(3,257m), 구르자카니 마을(2,620m) 등을 거쳐 구르자히말 남면 쪽 케야스 콜라에 베이스캠프(3,500m)를 설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강한 눈폭풍을 만나며 원정대의 ‘코리안웨이’의 꿈은 꺾이고 말았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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