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각 군에서 전역(퇴직) 건설기술자 상당수에게 근거서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경력확인서를 발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표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부정발급으로 드러나 전수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방부 및 각 군의 건설기술인력 경력확인서 부정발급률이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2,259건 발급 중 5%만을 샘플링 검사한 결과로, 점검대상 117건 가운데 72건이 허위ㆍ부정 발급이었다.
대부분의 부정발급은 건설기술과 무관한 이력을 끼워 넣어 기간을 부풀리는 식으로 이뤄졌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공병ㆍ시설ㆍ측량분야 병과자에 한해 복무 중 공사감독 등의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돼있는데, 감사실이나 교관ㆍ교수 경력, 타 부대 공사 등을 포함시켜 경력확인서를 발급해준 것이다. 공사참여 명령서나 사업부서장 확인서 등 근거 서류를 확인하는 절차도 생략됐다. 그 외 발급 대상이 아닌 행정군무원 등에게 확인서를 내어준 사례도 소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각 군별로는 산하에 공병학교를 두고 있는 육군에서 부정발급이 가장 많았다. 육군공병학교는 2013년부터 5년간 총 1,849건의 경력확인서를 발급했는데, 이 중 소령 이상 발급자 57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63%(36명)가 부정발급자로 밝혀졌다. 이 기간 중 공병학교에서 경력발급 실무를 담당한 인사장교의 계급이 모두 소령 이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상급자의 발급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군에서 경력을 부풀린 건설기술자가 민간 공사에서 각종 관리 및 품질검사를 주도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은 감사 이후에도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적발된 건에 한해 경력 정정과 실무 담당자 경고조치가 내려졌을 뿐, 조사대상 외 나머지 95% 발급 건(최근 5년 기준 2,142명)에 대해선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군인들의 경우 보직기간이 1~2년 정도로 매우 짧기 때문에 관계법령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행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건설기술인력 경력확인서는 민간 건설공사에서 사용되는 공적 증명인 만큼 반드시 전수 조사하여 시정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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