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한 건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직장인 이모(30)씨는 지난해부터 유명 결혼중개업체의 전화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회원 가입을 하면 이런저런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여자친구가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잊을 만하면 전화를 해대는 통에 이제는 휴대폰에 비슷한 전화번호만 떠도 화부터 날 지경이다.
이씨는 그 업체에 한 번도 전화번호를 준 기억이 없다. 평소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예민한 터라 흔하디 흔한 온라인 이벤트에도 한 번 참여해 본 적이 없다. 그는 “첫 취업을 했던 2014년에 연락이 왔는데, 신기하게도 일을 그만뒀을 때는 전화가 뚝 끊겼다가 재취업을 하니까 다시 전화를 해 오더라“라며 “우연치고는 시기가 절묘하다”고 했다.
결혼중개업체의 무차별 스팸 전화에 2030 청년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직 결혼에 뜻이 없거나, 사귀는 사람이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전화 자체가 스트레스. 무엇보다 어디서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모르겠다는 의구심과 함께 자신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입수한 것 아니냐는 의심에 불쾌감을 호소한다.
업체는 대체로 ‘우연’을 들이댄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홍희경(28)씨는 2년 전부터 세 달에 한 번씩 결혼중개업체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그는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냐고 물어보니,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는데 우연히 통화가 된 것일 뿐’이라고 하더라, 핑계 아니냐고 따지니 그저 웃기만 했다”고 했다.
하지만 각종 이벤트 참여를 위해 남겨 둔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2014년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는 이벤트 참여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고 홍보 목적에 무단으로 활용한 결혼중개업체를 적발하기도 했다. 보통은 돈을 주고 구매하지만, 업체는 이들 정보를 어떤 식으로 확보하는지 함구한다.
대학 졸업앨범을 활용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유명 사립대를 나온 이모(29)씨는 “학과 동기들이 한날 한시에 같은 결혼중개업체에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졸업앨범 사진 순서대로 건 것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한 여대를 졸업한 강모(27)씨는 “(결혼중개업체가) 졸업앨범을 보고 통화했다는데 막상 앨범에는 내 전화번호가 적혀있지 않다”며 “본인 동의도 없이 (학교가) 개인정보를 함부로 업체에 넘겨도 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확인해 보니 이 업체는 해당 대학 총동창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있었다.
업체는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인정보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대형 결혼중개업체 관계자는 “예전이면 몰라도 요즘에는 개인정보 무단 취득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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