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0만원. 2016년 국세청 기준 국내 배우의 연 평균 수입이다. 소득조사 인터넷업체 페이스케일에 따르면 미국 배우들의 연 평균 수입은 4만9,897달러다. 국내 배우들이 미국과 비교해도 돈벌이가 썩 나쁘지 않다 짐작할 수 있으나 ‘평균의 함정’이 있다. 국내 배우 상위 1%의 연 평균 수입은 20억8,000만원, 하위 90%는 620만원이었다. 배우 10명 중 9명이 한달 평균 50만원을 벌어 살아간다는 의미다. 수많은 배우들이 주차장 관리, 대리운전, 말똥 치우기 등 아르바이트에 전념하는 이유다.
▦ 방송이나 영화에 출연하면 수입이 그나마 낫다. “연봉이 50만원”이라고 자조하는 연극배우가 적지 않다.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 중견 배우는 “연기에 인생을 걸기로 젊은 시절 마음먹었기에 돈은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면서도 “결혼하니 이야기가 달라지더라”고 했다. 그는 최근 10년 사이 방송과 영화 출연이 잦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다. 하위 25% 이상이 1년 동안 3만달러 이상을 번다. 상위 10%는 23만달러 이상이다. 국내 배우 사이에 부익부빈익빈이 극심한 반면 미국은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고루 돈을 버는 구조다. 국내 방송국이나 영화사가 스타들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단역배우나 엑스트라 처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크다.
▦ 미국은 왜 다를까. 미국배우조합(SAG)의 강건함에서 비결을 찾을 수 있다. 1948년 설립된 SAG는 배우들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 1960년 첫 파업을 하는 등 단체행동으로 영화사와 방송국을 위협해 출연료 등 배우들의 권익을 챙겨왔다. 미국의 웬만한 영화사나 방송프로그램 제작사들은 SAG와 계약을 맺어야만 배우들과 일을 할 수 있다. SAG 회원이 아닌 배우는 방송ㆍ영화 출연이 거의 불가능하다. 배우들의 최저출연료 협상은 물론 초과근로 수당 지급, 적절한 숙소와 분장실 제공 여부 등 배우들의 권익을 하나하나 챙긴다. 미국 배우들은 SAG 덕분에 정해진 비율에 따라 흥행ㆍ저작권 수익도 나눈다.
▦ 지난 12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내 방송연기자도 근로자로 인정 받게 됐다. 출연 계약을 할 때마다 ‘을의 설움’을 곱씹던 단역배우와 엑스트라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만한 소식이다. 지나치게 낮은 출연료, 출연료 미지급 등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제 방송국이 ‘연기 근로자’의 중요함과 무서움을 얼마나 깨닫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배우들도 ‘단결 만이 살 길’이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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