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이야기Y'가 음주운전 교통사고 피해자의 사연을 공개한다.
12일 SBS 교양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Y' 제작진에 따르면 이날 방송에서는 음주운전 교통사고 피해로 사경을 헤매는 윤창호 (22)씨와 그를 위해 남은 숙제들을 하는 친구들의 분투기가 방송된다.
지난달 25일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는 큰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입수한 제작진은 차량 조수석에 앉은 여성이 만취한 듯 혀가 잔뜩 꼬인 채 경찰에게 살려달라 애원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담당 경찰은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주점에서 출발해서 사고 지점까지 400m 정도 됩니다. 5분도 안 돼서 사고가 난 거죠"라고 설명했다.
한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좌회전하던 차량이 횡단보도 앞 인도에 서 있던 두 명의 남성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사고에 남성 한 명은 중상을 입었고 또 다른 남성 윤창호 씨는 머리부터 추락해 의식불명이 됐다.
차량 운전대를 잡은 20대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81%로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만취 상태였던 여자 친구를 조수석에 태우고 바래다주던 길에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윤 씨의 친구 영광 씨는 6개월 전 함께 뉴스를 보며 음주운전 처벌이 약하다는 대화를 나눴던 때를 떠올렸다. 음주운전 사고는 검사를 꿈꿨다는 윤 씨의 삶을 박살 냈다.
부모님에게 윤 씨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고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존경받을 정도로 생각이 깊고 배울 것 많은 친구였다는 전언이다. 평소 법과 정의가 바로 서는 사회를 고민했다는 윤 씨에 대한 추억을 나누던 친구들은 '아마 창호라면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사람들을 분노케 한 음주운전 사고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을 지금이라도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
윤 씨의 친구들은 병원 대기실에 틈틈이 모여 자료를 수집하고 법의 내용을 수정해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윤창호 법안'을 만들었다. 이들은 299명의 국회의원에게 윤 씨의 뜻을 담은 법안이 발의되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고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관련 글을 올렸다. 이후 청원에 동의한 27만 명의 국민과 친구들을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이 돌아왔다. 청원을 언급하며 음주운전 처벌 강화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법안을 보니) 학생들이 굉장히 알차고 꼼꼼하게 준비를 해서. 발의하는 게 제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윤 씨의 사연이 담긴 '궁금한 이야기Y'는 12일 오후 8시 55분 방송된다.
진주희기자 mint_pea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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