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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는 협력의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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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는 협력의 유전자”

입력
2018.10.14 15:42
수정
2018.10.14 19:0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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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에필로그서 반박

리처드 도킨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리처드 도킨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Selfish) 유전자’에는 빛과 그림자가 따른다. 개체는 이기적 유전자의 복제를 위해 만들어진 생존기계에 불과하다는 도발적 주장이 담긴 이 책이 1976년 출간되자 서른 다섯 살 도킨스는 세계적 스타가 됐다. 반대로 지나친 의인화로 유전자가 무슨 연가시(기생충으로 숙주의 뇌에 침투, 숙주를 물가로 끌고가 죽인 뒤 번식한다)인 것처럼 묘사했다거나, 인간의 이기성을 과도하게 옹호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타성, 협력, 공존에 대한 다른 학자들의 연구가 대놓고 저격하려 든 책은 ‘이기적 유전자’였다. 출간 이후 24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1993년 한국에 소개된 뒤 120쇄를 거듭한 책의 업보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새 단장으로 선보인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에선 도킨스가 직접 쓴 ‘40주년 에필로그’가 눈길을 끈다. 그는 이 책으로 “심지어 인류가 근본적으로 모두 시카고 갱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받았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책 제목은 ‘이기적 유전자’가 아니라 “‘협력의 유전자’ 혹은 ‘불멸의 유전자’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기적 유전자의 토대는 ‘해밀턴의 법칙’이다. 유전자는 이기적이기에 유전자의 공유 정도에 따라 이타적 행위를 차별할 것이라는 점을 ‘근연도’라는 수치로 나타냈다. 가령 일란성쌍생아는 유전자가 일치하니 근연도가 1이다. 부모 자식, 혹은 친형제자매 사이는 유전자가 반반 섞였으니 0.5, 사촌 간은 0.125가 되는 식이다. 근연도를 보면 일란성쌍둥이는 부모에게보다 자기들끼리 최고의 호혜를 베풀 것이란 얘기다.

도킨스는 이게 오해의 시작이었다 주장한다. 설명의 한 방식일 뿐 세상이 그렇게 작동하는 건 아니다. 도킨스는 자신과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간 촌수를 사례로 든다. 이렇게 저렇게 따지면 “나는 여왕의 32촌의 2대 후손”이라 밝힌 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누군가와 어떻게 든 친척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세계 어디에 살고 있든, 우리 모두는 서로에 대해 혈연일 뿐 아니라 수백가지 다른 방법으로도 혈연”이라면서 “이 계산만으로도 당신이 어디 출신이건 우리는 조상의 상당수를 공유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혈연간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해밀턴의 법칙’이란 누군가 물에 빠졌을 때 쩨쩨하게 핏물농도나 촌수 따져가며 구할까 말까 고민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류애를 바탕으로 일단 물에 뛰어들고 보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주장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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