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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상가에 입주한 노점… 이젠 떳떳한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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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상가에 입주한 노점… 이젠 떳떳한 사장님

입력
2018.10.15 04: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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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진(맨 왼쪽에서 두 번째) 서대문구청장이 지난달 15일 ‘신촌 박스퀘어’ 오픈식에서 ‘모닭모닭’의 장명호(맨 왼쪽) 대표와 함께 카메라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문석진(맨 왼쪽에서 두 번째) 서대문구청장이 지난달 15일 ‘신촌 박스퀘어’ 오픈식에서 ‘모닭모닭’의 장명호(맨 왼쪽) 대표와 함께 카메라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어디 가서 내 가게가 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아요.”

12일 서울 서대문구의 공공임대상가내, ‘신촌 박스퀘어’ 1층. 닭꼬치 가게인 ‘모닭모닭’의 사장 장명호(39)씨 얼굴에선 자부심이 가득했다. 오랫동안 노점상으로 전전긍긍했던 이전 삶을 감안하면 그의 표정을 이해하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

사실 그는 최근까지만 해도 이화여대 앞 노점에서 닭꼬치를 팔았다. 40개에 육박하는 이대 앞 노점 중 단연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매출을 자랑했지만, 노점 상인이란 꼬리표는 그를 위축시켰다. 그는 “(박스퀘어로) 옮기면 예전만큼 장사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딸한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며 “내 명의로 된 사업자등록증을 받고 나니 이제 진짜 내 가게가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흐뭇해했다.

지난달 15일, 서울 신촌 기차역 앞에 문을 연 신촌 박스퀘어는 노점 상인과 청년 창업자가 입점한 공공임대상가다. 박스퀘어란 건물 외관에서 연상된 ‘박스(Box)’와 광장을 의미한 ‘스퀘어(Square)’의 합성어다. 연면적 745.46㎡에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 이 곳엔 현재 △노점 23개 △청년 창업 점포 18개 △옥상공원 등이 들어서 있다.

공공임대상가에 노점이 입점한 건 서울 서대문구가 전국에선 처음이다. 노점상인에게 합법적 공간인 공공임대상가로 들어올 기회를 제공하면서 근본적인 불법 노점상 문제까지 해결하자는 취지로 시도됐다. 노점 정비를 하더라도, 무리한 단속이나 강제 철거 방식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는 문석진 서대문 구청장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점포당 임대료는 보증금 없이 월 10만원(7.27㎡ 기준) 수준으로, 본인이 원할 때까지 영업이 가능하다.

이날 신촌 박스퀘어에서 만난 노점 상인들은 ‘영업 환경 개선’을 박스퀘어의 또 다른 장점으로 꼽았다. 닭강정 가게 ‘88쌈닭’의 주인 김종규(58)씨는 “노점할 때는 바람 불고 비가 오면 장사를 못했는데, 이제는 날씨와 관계 없이 장사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구에선 신촌 박스퀘어가 단순 상가 건물에 그치지 않고, 지역 명소로 자리잡도록 개성 있는 청년 점포들도 입점시켰다. 청년 창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덤으로 따라왔다. 청년 디저트 가게 ‘헤이진’의 김혜진(32)씨는 “여대생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다 보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며 “저 같은 청년들에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창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전했다. 청년 점포의 경우 임대 기간은 2년이며 1년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구의 각종 지원도 기본이다. 지난 5월엔 입점 예정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과 영업 실무 교육을 진행했다. 이어 다음달엔 영업 노하우가 뛰어난 노점 상인과 아이디어가 많은 청년 창업자가 상권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상생협의회’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구는 신촌 박스퀘어에 아직 입점하지 않은 노점 상인들에 대한 설득 작업도 병행 중이다. 이들은 협상 과정에서 박스퀘어 자리가 기존 이대 정문 앞보다 유동 인구가 적다며 입점을 거부한 상태다. 입점 대상이었던 이대 앞 기존 39개 노점 중 16개 노점이 아직 박스퀘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문 구청장은 ”상인들과의 꾸준한 대화와 신뢰 형성으로 신촌 박스퀘어를 도심 가로 정책의 새로운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며 “박스퀘어를 지역 명소로 만들어 침체된 이대 지역 상권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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