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생태계 복원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철거 대 존치’ 논란에 휩싸여온 신곡수중보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임시 개방된다. 한강 하류 신곡보 개방은 1988년 보가 만들어진 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시는 12일 ‘신곡수중보 정책위원회’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신곡보 개방 실험 이후 철거 여부를 결정하자는 권고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책위는 “신곡수중보 수문 개방 실험을 이른 시일 내에 실시해 한강 수위 하강에 따른 실증적 검토를 해본 뒤 철거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앙정부 및 관련 지자체와 협의하라”고 권고했다.
정확한 개방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개방 기한은 내년 3월까지다. 봄철 농민들의 농업용수 사용을 고려한 조치다.
신곡보는 1988년 2차 한강종합개발 때 농업∙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유람선이 다닐 수 있도록 김포대교 하류에 설치한 것이다. 한강을 가로질러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과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1,007m를 연결했다.
김포 쪽(124m)은 댐처럼 수문을 설치해 문을 열면 물이 빠져나가는 가동보 형태이고, 고양 쪽(883m)은 물속에 높이 2.4m의 고정보를 쌓은 형태로 건설됐다. 이번에 개방하는 것은 가동보다. 4대강 보와는 달리 밀물 썰물에 의해 하루 두 차례씩 물이 넘나들 수 있다.
그간 신곡보가 한강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수질 악화를 일으켜 철거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으나 철거 시 한강 수위가 하락해 용수 취수, 어업, 선박 운항, 수상 레저 등에 영향을 준다는 문제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박 시장은 6∙13 지방선거 직후 위원 15명으로 구성된 신곡수중보 정책위원회를 만들어 보 철거 여부를 논의해왔다.
위원회 내부에서는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철거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철거 이후 예상되는 수위 변화, 사회적 편익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따라 위원들은 시험 개방을 통해 보 개방이 한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분석해보고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 시장은 “신곡수중보 개방 시 한강 수위 하락에 따른 변화와 문제점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신곡수중보의 소유권을 가진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고양시 김포시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등 관련 기관, 어민과 수상 시설물 관계자들과도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에 따른 한강 하구 공동 이용, 한강 미래 비전과 한강 자연성 회복 연구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검토를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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