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갈등에 휩싸였던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찾았다. 해군이 10년 만에 개최하는 국제관함식 행사에 참석한 길이었다. 문 대통령은 관함식 연설에선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참여정부 때 처음 추진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논란에 사실상 사과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귀포 앞바다 일대에서 펼쳐진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해상사열식에 참석한 뒤 인근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강정마을 일대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 추진을 결정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뒤 처음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제주도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관함식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꼭 참석하겠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밝히셨고, 설사 가다 돌아오더라도 제주에서 하는 관함식에 참석하겠다는 뜻이었다”고 전했다. 정부와 군에서는 강정마을 논란과 지역ㆍ시민단체 반대 때문에 제주 대신 다른 해군기지가 있는 부산ㆍ진해 등에서 관함식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문 대통령이 관함식 제주 개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강정 해군기지는 2007년 참여정부 때 처음 건설이 결정됐고, 그 뒤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운동가 등의 반대운동, 법정 다툼이 이어졌지만 결국 기지는 2016년 2월 완공됐다. 그러나이후에도 갈등이 계속됐고, 2007년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문 대통령에겐 마음의빚이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 방문 전 관함식 함상 연설에서“해군기지 건설로 제주도민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한다”고 했고,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에도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청구소송을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를 사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1시간 19분 동안 진행된 주민간담회에서 위로와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국가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인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 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로 인해 강정마을 주민들 사이에, 또 제주도민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주민공동체가 붕괴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실상 사과했다. 사법처리 대상자 사면복권 적극 검토 입장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마무리발언에서 “제주도민은 4ㆍ3사건도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어 냈고, 아픈 역사를 승화시켜서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며 “이제는 과거의 고통ㆍ갈등ㆍ분열의 상처를 씻고 미래로 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또 “제주 해군기지는 북한을 상대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긴 역사를 보면 북한과의 대치는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로, 넓은 대양을 바라보며 해양강국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 바다를 지키고 우리 선박ㆍ국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제주 해군기지가 그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다만 2007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 결정 때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기지 건설 강행 과정은 차이가 있다고 해명도 했다. 처음엔 ‘민군복합형 관광 미항’이었는데 추진 과정에서 성격이 군용 중심으로 바뀌었고 주민 의견 수렴도 부족했다는 주장이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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