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먹는 하마’로 지목됐던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두암IC~소태ICㆍ5.67㎞) 민간투자사업이 결국 부패한 먹이사슬의 실체를 드러냈다. 광주시의 막대한 재정 보조를 받았던 민간사업시행자와 도로시설관리 위탁업자 사이에 계약 갱신 등을 둘러싸고 억대의 상납금이 오간 사실이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경찰은 사업시행사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로 상납금이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를 캐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광주시도 제2순환도로에 대한 공익처분을 추진키로 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1일 제2순환도로 1구간 시설관리 위탁업체로부터 억대의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사업시행사인 광주순환도로투자㈜ 전 대표 정모(58)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011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위탁계약 갱신과 업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도로시설관리 위탁업체 대표 A씨로부터 매월 500만원씩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또 A씨의 회사법인 명의 승용차 1대(3,000만원 상당)를 공짜로 건네 받고, 5,000만원짜리 승용차 1대도 업무용으로 무상 제공받았다.
A씨는 제2순환도로 하이패스 설치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광주순환도로투자 관계자 B씨에게 로비 명목으로 체크카드를 제공하기도 했다. A씨에게 체크카드를 넘겨 받은 B씨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월 200여만원씩 사용했다. A씨는 이처럼 제2순환도로 하이패스 설치사업을 따내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사업 수주에는 실패했다.
경찰은 시설물유지관리업 면허도 없던 A씨의 회사를 도로시설물 위탁관리업체로 직접 선정한 게 정씨가 아닌 맥쿼리였다는 사실을 확인, 정씨가 받아 챙긴 상납금이 맥쿼리 쪽으로도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돈의 흐름을 쫓고 있다. 경찰은 앞서 8월 광주시가 예상 통행료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부족분만큼을 메워주기로 했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의 사업시행조건 변경(사업재구조화)을 위해 민간사업자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뒷돈거래가 이뤄진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이 제2순환도로 1구간 운영을 둘러싸고 사업시행업체와 도로시설관리 위탁업체의 유착 관계를 밝혀내자 광주시는 광주순환도로투자에 대한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나 관리운영권 회수 등을 추진키로 했다. 민간투자사업의 공공성 회복과 사회기반시설(도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공익처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실제 시는 제2순환도로 1구간을 포함한 전체 구간에 대해 공익처분 검토연구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시는 특히 제2순환도로 1구간 운영 과정에서 확인된 상납구조가 결국 사업시행자에 대한 시의 재정 부담 증가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 연간 사업운영비(투자원리금+일반운영비+법인세)에 실제 운영수입이 미달할 때 사업시행자에게 재정지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2016년 12월 광주순환도로투자와 사업시행조건 변경실시협약(사업재구조화)을 맺었는데, 일반운영비에 포함된 도로시설관리비가 상납금으로 인해 실제보다 부풀려지면서 시의 재정지원금도 그만큼 늘어났을 것이라는 게 시의 판단이다.
시 관계자는 “제2순환도로 1구간 운영 과정에서 사업시행자와 시설관리위탁업자 사이에 상납고리가 존재했었다는 것은 민간투자사업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훼손시킨 행위”라며 “특히 민자도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라도 공익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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