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마다 해외에 체류하면서 국내 현장실습을 지도했다고 속여온 교수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학생 수백명이 제대로 지도 받지 못한 피해에 비해 형이 가볍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서부지법은 명지전문대 기계과 김모(61) 교수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 벌금 100만원을 최근 선고했다. 2012년, 2014~2016년 여름방학 때 해외에 머물면서도 학생들이 실습을 하는 국내 업체들을 순회하며 지도한 것처럼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대학의 학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김 교수는 현장실습지도비(3만~18만원)까지 받아 챙겼다. 이 현장실습은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어서 명지전문대 기계과 2학년 학생들은 여름방학 때마다 4주간 지정된 업체에서 실습을 받아야 졸업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담당 지도교수가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실습기간 이후 방문이나 전화 협의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방침 및 관행에 따랐다. 단지 방문날짜를 잘못 기록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명지전문대 학칙에 비춰볼 때 현장실습기간 후 방문이나 전화 협의에 의한 순회지도는 최소한으로 제한돼야 하고, 이런 내용은 학과장이 학점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데 기준이 될 수 있도록 보고서에 사실대로 기재돼야 한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유죄가 인정되기는 했지만 김 교수의 불법 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발생했고, 그 피해를 입은 학생이 수백명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를 처음 수사기관에 고발한 이상돈(45) 전 명지전문대 기계과 겸임교수는 “업무방해죄 공소시효가 7년으로 제한돼 2012년부터 증거로 인정받았지만 김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방학 때마다 가족들과 지내려고 캐나다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이 전 교수는 또한 “법원이 판결한 업무방해죄의 피해자는 명지전문대이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학생”이라며 “필수 이수 교과목이어서 피할 수도 없는데 김 교수의 불법행위로 제대로 지도를 받지 못한 학생들의 피해는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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