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연이은 말실수…폼페이오 불만 표시했냐는 질문에 “맞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남북이 도출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0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례적으로 먼저 전화해 사전에 남북 군사합의와 관련해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없었던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 맞냐’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군사합의 내용에 대해) 충분한 브리핑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여러 질문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어서 군사합의 체결을 앞두고 사전조율이 부족했다는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날 “지난달 말 한미 외교장관 통화 시 남북 군사합의서를 두고 폼페이오 장관이 격분해서 강 장관을 힐난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기간 나온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 내용이 미국으로서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닛케이는 이어 “특히 미국 측이 화를 내는 것은 남북 경계선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해 버린 것”이라면서 “한미 양국군은 이 상공에 빈번하게 정찰기 등을 띄워 북한군을 감시하고 있다. 이것이 막히면 눈을 가린 것이나 같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 대해 외교부는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폼페이오 장관이 힐난, 격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강 장관도 이날 국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항의하면서 미국식 욕설을 했느냐’는 정 의원의 질문에는 “그건 분명히 아니다”라고 답했다.
강 장관은 자신의 발언으로 남북 군사합의를 둘러싸고 한미공조에 균열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오자 저녁 늦게 다시 진화에 나섰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과 워낙 자주 통화해서 (혼선이 있었다)”라며 “정확히 말씀 드리면 평양 회담 이전에 폼페이오 장관과 군사합의서 관련 통화를 하고 미리 의견을 나눴다”고 해명했다.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북군사합의서는 한미 간 충분한 의견 교환이 있었고 사전협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냐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그렇다. 한미 군 당국, 유엔사 간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평양 회담 전 한미 외교장관 통화에 대해 당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그때 군사합의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불만을 제기해 우리가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앞서 평양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날인 지난달 17일 오전과 저녁 두 차례에 걸쳐 폼페이오 장관과 강 장관이 통화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도 남북 군사 합의에 대한 미국 측 동의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특히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해선 한미연합사의 동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아니다. (유엔군사령부와) 합의가 됐다”고 반박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대북 감시에) 일부 영향을 받지만 비행 운용 개념을 보완하며 (대북 감시에) 영향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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