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쏙! 세계경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9일 아이오와주 카운슬블러프에서 열린 선거 유세 도중 공화당 소속 킴 레이놀즈 아이오와 주지사와 포옹하고 있다. 선거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레이놀즈 주지사는 중간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프레드 허벌 후보에 3.5%포인트 뒤지고 있다. 카운슬블러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아이오와주와 캔자스주 등 중서부 농민 유권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승리의 주역 중 하나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이 옥수수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사실상 중단하자 외려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옥수수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 연료 권장 정책을 발표,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심 위로에 나섰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비호를 받던 석유업계는 반발하는 역설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유세 일정 도중 아이오와주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환경보호청(EPA)에 지시해 이른바 ‘E15’로 불리는 에탄올 연료를 1년 내내 판매하는 것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탄올) 연료를 더 많이 사용하도록 할 것이다. 이는 우리 농부들에게 좋은 일이고, 내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새 정책은 에탄올뿐 아니라 그 원료인 옥수수를 생산하는 농업계에 희소식이다. E15란 휘발유 연료에 옥수수를 가공해 만드는 바이오연료 에탄올을 휘발유와 85:15 비율로 섞은 것을 가리킨다. 기존에는 E10(에탄올 비중 10%)까지만 연중 판매를 허용했고, E15는 스모그를 많이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여름에는 판매를 금지했다.

에탄올 연료 생산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부터 미국 정부의 권장을 받았다. 석유정제업계에 일정 비중 이상 에탄올 연료 생산 쿼터를 부과했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저탄소 연료로 평가되는 바이오 연료 비중을 높이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환경보호청장에 임명된 스콧 프루이트는 수십개의 옥수수 연료 생산 의무 면제 조치를 내리면서 석유업계로부터는 환호를, 농업 쪽으로부터는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올해 상황이 바뀌었다. 프루이트 청장은 올해 7월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했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중국은 노골적으로 ‘트럼프파 유권자’인 농업계를 겨냥해 콩과 옥수수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다. 결국 반환경, 친석유 정책을 펼치던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표적이 된 농업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환경정책 노선을 일부 수정하게 된 셈이다.

물론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석유업계를 대변하는 로비 단체 미국석유협회(API)는 이미 “모든 법적 보완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성명으로 응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내 차량 대부분이 E15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아이오와주의 척 그래슬리(공화) 상원의원은 “E15 생산 제한 해제는 선거 공약이었고 그걸 지켜야 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마침 그래슬리 의원은 상원 법사위원장으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의 인준을 성사시킨 공신 중 한 명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공화당 소속 킴 레이놀즈 현 아이오와 주지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 변경에 덕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미국의 연도별 에탄올 생산. 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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