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기밀이라 밝힐 수 없습니다.”
1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구글과 페이스북 한국 대표들은 모든 질문에 이 한마디 답변으로 일관했다.
“과세당국에 신고한 한국 매출이 얼마인가” “한국에 설치한 캐시서버는 몇 대인가” 같은 기초적인 질문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럴 거면 증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과방위 소속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이 “한국 유튜브 매출 얼마나 되는가”라고 질문하자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은 “구글은 상장사라 국가별 실적을 공개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유튜브가 특히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데, 한국에는 왜 서버를 설치 안 하는가”란 질문에는 “모든 국가에 서버를 설치할 수는 없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효율적으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캐시서버(사용지역에 설치해 접속 속도를 높이는 서버) 개수를 물었다. 트래픽 규모가 충분히 서버를 설치할 수준이 되는데도, 캐시서버로 버티며 회피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의도다. 하지만 존 리 사장은 “캐시서버가 몇 개인지는 말할 수 없고, 사용자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변 의원은 “한국 대표가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라 물어본 것”이라며 어이없어했다.
“구글코리아가 한국 정부에 세금을 냈는데, 얼마 냈나요”란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도 “모르겠다”란 답이 돌아왔다.
성의 없는 답변이 이어지자 과방위원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끈했다. 노 위원장은 “답변 태도로 봐서는 추가질의나 보충질의를 해도 같은 답만 할 것 같다”면서 “매출은 물론 수익도 모르고, 세금도 모르겠다니 이러면 나올 이유가 없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매출조차 모르는 대표는 허수아비인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책임감 있게 답변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였다. 데미안 여관 야오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는 매출과 이익, 세금 등을 묻는 질문에 “영업기밀이라 구체적인 수치는 답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내년부터 사업모델을 바꿔 한국 광고 매출액을 따로 집계할 계획이라 좀 더 구체적인 수치가 나올 것 같다”고 부연했다.
“페이스북 코리아가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은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는 “페이스북 아일랜드가 진행하는 사안이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페이스북은 아주 이상한 회사이고, 더 이상 질문을 안 하겠다”면서 “한국에서 소송을 하는데 한국 대표가 모른다니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글코리아는 한번도 국내 매출을 공개한 적이 없지만 업계에서는 수 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도 “여러 루트로 스크린을 해보면 작년에 구글플레이 매출이 4조원대 후반에 유튜브가 1,650억원으로 총 5조원이 넘었고, 올해는 5조9,0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에 신고한 매출은 이와 차이가 크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구글이 2016년에 2,600억원, 작년에는 4,000억원을 신고했다”며 “구글의 세금 납부액은 국세청에 요청한 적이 있는데, 국가간 문제가 있어 확인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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