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에 사는 전업주부 이모(30)씨는 지난해 둘째 자녀를 임신하면서 첫째를 걸어서 5분 거리의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문의했다가 깜짝 놀랐다. 입소 대기자가 수십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업 주부여서 가점 혜택도 없고 인근에 국공립어린이집이 없어 사실상 입소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반면 서울 성동구에 사는 전업주부 김모(30)씨는 큰 어려움 없이 올해 세 살인 첫째를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냈다. 김씨는 “두 달간 대기는 했지만 구내에 국공립어린이집이 많아 원하는 곳에 입소했다”고 했다.현재서울 성동구의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은 55.4%에 이르지만, 인천 부평구는 8.8%에 그친다.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40% 달성’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매년 450개씩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고 있지만, 신설이 서울에만 집중돼 지역 간 서비스 이용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정책이 추진되면 서울은 목표했던 40%를 훨씬 웃돌 전망이지만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역의 국공립어린이집 입소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국공립 어린이집 지역별 분포’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서울은 1,443곳의 국공립어린이집이 있지만 부산(172곳), 인천(165곳) 등은 서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광주(33곳), 대전(35곳), 제주(31곳) 등의 국공립어린이집 수는 서울과 약 40배 넘게 차이가 난다.
수가 적으니 이용률 격차도 클 수밖에 없다. 올해 8월 기준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을 보면 서울은 35.0%에 달해 2위인 부산(15.6%)의 2배 이상이다. 뒤이어 강원(14.5%), 인천(12.0%), 경기(11.9%), 전남(10.9%)만 10%를 넘고, 대전(4.6%), 광주(5.3%), 충남(6.7%) 등은 이용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서울에 사는 어린이 10명 중 3명 이상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인천은 1명, 광주는 1명도 채 혜택을 못 본다는 얘기다.
문제는정부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정책이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지역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 의원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늘어난 국공립어린이집 780개소 중 257개소(32.9%)가 서울에 몰려 있다. 올해 확충된 407개소만 봐도 경기(121곳), 서울(64곳), 인천(35곳) 등 수도권에 집중됐고 광주(3곳), 경북(7곳), 대전(7곳) 등의 지역은 한 자릿수에 머문다.
지역 편중이 발생하는 원인은 국공립어린이집을 신규 개설할 때 비용의 50%를 각 지자체가부담해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복지부 국정감사에서“서울처럼 재정이 양호한 지자체는 적극 추진할 수 있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국공립어린이집이 늘어날수록 비용 부담도 는다”며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신축 지원 단가를 인상하고, 국고 보조 분담 비율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국고 보조 비율 개선이 어려우면 민간어린이집을 임차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서라도 지역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답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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