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이 불거진 뒤 미국 국적인 조 전 전무가 2010~16년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임원이었다는 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되자 국토교통부는 처음 알게 된 양 “(항공업계에 그런 일이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이미 4년 전 에어인천의 외국인 임원 불법 재직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사건을 쉬쉬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토부는 3년 전에도 항공사 8곳에 외국인 관련 공문까지 보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이 10일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항공산업과 소속 A사무관은 2014년 11월 우연히 “에어인천에 외국인 임원이 불법 재직 중”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회사 법인 등기부를 열람했다. 그 결과 에어인천이 최초 면허 발급 시점인 2012년부터 러시아 국적 외국인 1명을 임원으로 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한 사실은 곧 바로 항공산업과장과 항공정책관을 거쳐 당시 여형구 국토부 2차관에게 보고됐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후에도 ‘공문 발송’ 등 공식 절차를 밟지 않았다. 상부에선 A사무관에게 “에어인천 부사장과 통화해 이 사실을 알리고 불법 상황을 해소하도록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항공법은 외국인 등기임원이 재직 중인 항공사는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에어인천 입장에선 회사의 존폐가 달린 중대 사안인데도 국토부는 이를 조용히 처리한 셈이다. 에어인천은 국토부 연락을 받은 뒤 이사회를 열어 해당 임원을 사흘 만에 등기이사에서 제외했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조 전 전무의 진에어 불법 등기임원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이 같은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 당시 국토부는 외국인 불법 등기임원은 금시초문이란 취지로 “다른 항공사에도 같은 문제가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에어인천에도 불법 등기임원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관련 사실을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마지못해 청문절차를 진행했다.
윤 의원은 “국토부가 2015년 3월에도 국적 항공사 8곳에 공문을 보내 ‘외국인 또는 외국 법인과의 전략적 재무투자 등으로 지분변경 등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도록 사전에 통보해 달라’고 하는 등 외국인 등기임원 재직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은 또 있다”며 “불법행위를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고 넘어간 데 대해 업계와 유착관계 등이 없었는지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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