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 채용비리 등으로 적임자 물색 난항… 지주회장 겸직설 솔솔
대구은행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DGB금융그룹이 지배구조 선진화 일환으로 은행장 자격요건을 강화했지만 후보군 대다수가 채용비리 등에 연루돼 있어 적임자 선임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10일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 내 DGB대구은행혁신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문화와 지배구조 구축 등을 위해 지배구조 선진화가 필수적이며, 은행장의 전문성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CEO육성 및 승계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장 자격 요건으로 종전까지는 ‘금융회사 경력 20년’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 ▦은행 사업본부 임원 2개 이상 역임 ▦지주사 및 타 금융사 임원 경험 등을 최소 요건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DGB금융그룹 전ㆍ현 임원은 4, 5명 선.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채용비리나 수성구 펀드 보전사건 등에 연루돼 있다. 일부는 검찰 수사가 시작단계인 경우도 있다. 사법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장을 선임했다가 나중 문제가 될 경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연말까지 사법처리가 일단락되면 후보군을 대상으로 CEO경력개발 프로그램에 따라 보험 캐피탈 등 임원 경력을 쌓게 하고, 일정 경력이 쌓이면 이들이 차기 은행장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1년 이상 차기 은행장 선임은 어렵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태오 회장의 은행장 겸임설과 직무대행체제 장기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 겸임이나 직무대행체제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은행 내부 여론이 김 회장의 겸직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만큼 남은 사법처리절차와 지역사회 여론이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은행은 박인규 전 행장이 비자금조성과 채용비리 등에 연루돼 행장직에 물러난 4월 이후 지금까지 박명흠 부행장 직무대행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등 대구은행 전ㆍ현 임직원 14명은 지난달 채용비리로 벌금 300만원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또 DGB캐피탈의 채용비리를 수사중인 대구지검은 국정감사 이후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에 따라 차기은행장 선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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