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 계열사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부실이 금융회사로 넘어와 금융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한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에 속도가 붙고 있다. 10일 삼성생명을 필두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에 대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현장점검이 이달 줄줄이 이어진다. 이 제도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시가로 평가하는 등 금융그룹 전체의 리스크를 상시 감독하는 금산분리의 기본 틀로 작용하게 될 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삼성생명에 대해 닷새 일정으로 자본적정성과 지배구조, 내부거래 비중 등에 대한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따르고 있는지 확인한 뒤 미비점에 대해서는 자문을 하겠다는 취지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비(非)은행 금융그룹에도 일정 기준의 자본적정성을 갖추도록 금융당국이 관리ㆍ감독하는 것이다. 평상 시 자본(적격자본)이 위기 발생 시 요구되는 자본(필요자본)보다 많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앞서 8월에는 롯데카드, 지난달엔 D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이 현장점검을 받았지만 주요 그룹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현장점검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새 자본적정성 기준인 ‘집중위험(비금융계열사 출자)’과 관련해 삼성전자 주식 매각 문제가 핵심 사안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92%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집중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과제이기도 하다. 삼성생명은 자본적정성 비율(적격자본을 필요자본으로 나눈 값)이 118%여서 모범규준이 정하는 최소기준(100%)을 충족하고 있는 만큼 당장 삼성전자 지분을 팔 필요는 없다. 다만 자본금 확충이 이뤄지지 않아 자기자본 비율이 지금보다 떨어지면 매각 필요성이 발생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다른 회사와 달리 지배구조에 관한 사안이 (현장점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맞다”면서도 “현장점검으로 당장 삼성전자 지분 매각 여부 등이 결정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2일에는 한화생명이, 31일에는 교보생명이 현장점검을 받는다. 다음달 미래에셋대우를 끝으로 7개 회사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금감원은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 공통적으로 부족한 부분과 차이점 등 현황에 대한 기초 자료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금융위 모범규준이 아니라 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 법은 국회 계류 상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정기 국회에서 법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야당은 반대 입장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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