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이 경기가 정체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년 뒤 서울 집값이 여전히 지금보다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KDI 경제동향’을 통해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는 투자감소와 고용부진으로 정체된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8월까진 경기 ‘개선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9월엔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락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이어 이달엔 아예 ‘경기가 정체됐다’고 진단한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 시각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KDI는 우선 우리 경제가 현재 반도체 중심의 수출이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봤다. 9월 수출이 추석 명절연휴로 인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반도체(전월 대비 28.3%) 수출 증가에 힘입어 일평균 기준 증가세는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고, 고용도 부진한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는 데 있다. KDI는 경제동향에서 “설비투자는 비중이 큰 기계류의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건설기성(건설업체 국내공사 시공 실적)의 부진과 함께 건설수주도 큰 폭으로 축소돼 건설투자의 감소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취업자 증가 폭이 미미한 가운데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하고 있는 것도 경기 정체의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 동월 대비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용률은 60.4%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반면 실업률은 4.2%로 전월 대비 0.4%포인트나 상승했다.
한편 KDI는 이번 경제동향에서 부동산시장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함께 발표했다. 조사에서 전문가 중 46.1%는 1년 뒤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이 현재보다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와 비슷(26.5%)하거나 하락(27.5%)한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비수도권의 1년 뒤 주택매매가격에 대해서는 과반(51.0%)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 서울의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52.9%가 '매우 높음'이라고 평가했고, '높음'이라는 응답도 37.3%에 달했다. 그러나 비수도권의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에 대해서는 '낮음' 또는 '매우 낮음'이라고 답한 비중이 각각 46.1%와 6.9%를 기록했다.
주택 관련 세제와 관련, 전반적으로 강화된 현행 보유세 체제를 유지하거나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재산세의 경우 현행 유지가 59%로 비중이 가장 컸지만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강화(48%)하자는 의견이 현행 유지(42%)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는 9ㆍ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달 18~20일 실시됐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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