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일본 전 총무장관이 최근 실시된 개각과 관련한 여성 홀대 논란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10일 아사히(朝日)신문과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노다 전 장관은 전날 이번 개각에서 19명 각료 중 유일한 여성으로 입각한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지방창생장관에게 업무를 인계하는 자리에서 “2, 3명 몫의 활약을 기대한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발언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여성 활약 업무는 노다 전 총무장관이 맡아왔으나 이번 개각으로 인한 업무 재편을 통해 가타야마 지방창생장관이 맡게 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개각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간 ‘여성 활약’이란 구호를 강조해 온 것과 달리 여성 각료가 1명밖에 발탁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가타야마 장관은 정책통일뿐 아니라 발 놀림도 빠르며 초인적인 근성의 소유자”라며 “2명, 3명 몫을 할 수 있는 특유의 존재감으로 여성 활약의 기치를 높여주길 기대한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면서 “여성 활약 사회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입각할 (여성) 인재들은 점점 성장해서 들어올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아베 총리가 정작 여성을 홀대하면서 오히려 여성 각료에게는 슈퍼우먼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후쿠야마 테츠로(福山哲郎) 입헌민주당 간사장은 이번 개각과 관련해 “여성 활약이라고 말하면서 여성 1명밖에 입각하지 않는 내각”이라고 비꼬았다.
노다 전 장관은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여성이기 때문에 ‘힘내라’라거나 ‘능력을 필요로 한다’ 등의 사고 방식을 고쳐야 한다”며 비판했다. 이어 가타야마 장관에게 “1명이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면 된다. 일과 인생을 병행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타야마 장관은 “나는 슈퍼우먼이 아니다. 보통 사람의 3배를 일할 수 없다. 행정은 팀 플레이”라면서도 “(지방창생장관이 담당하는) 규제 개혁과 지방 부흥, 여성 활약은 정권의 핵심 업무로서 3명을 투입해도 좋을 정도라는 의미로 아베 총리가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개각 이후 차관급인 부(副)대신 25명과 정무관 27명에 대한 인사에서는 여성을 총 6명(부대신 5명, 정무관 1명) 기용했다. 총리 측은 지난해 2명이었던 부대신을 5명으로 늘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개각 당시 여성 홀대 논란을 의식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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