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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희중 대주교 “김정은 위원장 교황 초청의사, 바티칸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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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희중 대주교 “김정은 위원장 교황 초청의사, 바티칸에 전달했다”

입력
2018.10.10 10:30
수정
2018.10.10 11: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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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교황청 방문 

 파롤린 국무원장 만나... “교황께 보고됐을 것” 

 18일, 문재인 대통령도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예정 

2014년 8월 방한 당시 서울 서소문 성지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배에 앞서 시민과 신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4년 8월 방한 당시 서울 서소문 성지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배에 앞서 시민과 신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가 교황청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 위원장의 의사를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간 한반도 평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기원해온 터라 방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성사된다면 교황으로서는 처음이다.

김 대주교는 10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25~28일 바티칸에서 열린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에 참석했다가,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했다고 밝혔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교황청의 2인자 격으로 면담은 40~50분 가량 이어졌다.

교황청의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위원인 김 대주교는 파롤린 국무원장에게 “북한이 남북 서로가 상생하는 평화체제를 원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평양을 방문하신다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김 대주교는 “교황께서 북한을 방문한다면, 남북한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주교는 “김 위원장의 뜻을 들은 파롤린 국무원장이 기뻐했다”며 “교황께도 보고가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의 보고 이후 보름 가량이 흐른 터라 그간 교황청이 내부 검토를 끝냈을 가능성도 있다. 긍정적으로 결론 냈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구체적인 방북 희망 시기를 밝힐 수도 있다.

앞서 김 대주교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한 바 있다. 당시 김 대주교는 김 위원장에게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교황청에 전하겠다”고 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꼭 좀 전달해달라”고 답했다. 이어 청와대가 9일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은 교황을 만나보는 게 어떠냐’는 문 대통령 제안에 김 위원장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초청 의사를 밝힌 사실을 발표하면서 교황의 방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바티칸 수교 성사 될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한국일보 자료사진

바티칸과 북한의 수교 성사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 대주교는 “(교황의 방북이 성사돼) 바티칸과 북한의 수교도 이뤄지면 좋겠다”며 “그렇다면 (바티칸이) 남북한 평화의 또다른 중계 채널이자 중재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미국과 쿠바가 53년 간 이어진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수교를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5년 9월에는 쿠바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 대주교는 “교황께선 이미 미국과 쿠바가 역사적인 화해를 하는 데도 양국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중재한 바 있다”며 “남북미 문제에서도 한계에 부딪힐 때 정치적인 계산을 하지 않고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티칸과 북한이 수교를 한다면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하면서도 상호 간에 신뢰를 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한반도 평화에 깊은 관심을 표한 바 있다. 당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면서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이라며 “(남북이) 같은 언어로 말하는 형제자매이고, 하나의 민족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강론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교황의 방한 당시 북측의 신자도 초청했으나 북측은 “사정상 참석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해왔었다.

김 대주교는 주교회의 의장에 선출된 이후 정부에 꾸준히 민간 교류와 대북 지원 촉진을 당부하며 ‘퍼주기’ 논란을 반박해왔다. “점진적인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려면 좀더 힘이 있는 우리가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주교는 “남북관계가 교착에 빠졌을 때도 한국 천주교는 국제 까리따스(라틴어로 사랑)를 통해 인도적인 지원을 계속해왔다”며 “이번에도 종교가 한반도 평화 정착의 또 다른 채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을 나눈 뒤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와 환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을 나눈 뒤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와 환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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