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사임 계획이 발표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후임으로 디나 파월(44)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이날 오후 백악관에게 기자들을 만나 헤일리 대사의 후임에 파월 전 부보좌관을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헤일리의) 후임으로 많은 이름이 거론됐고, 이방카도 있었다. 이방카가 얼마나 잘하겠느냐”면서 자신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이방카를 선임할 경우 ‘친족 등용’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헤일리 대사와 만나 그의 사임 의사 및 수용 방침을 밝힌 뒤, “헤일리 대사가 또 다른 중책으로 행정부에 복귀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지난해 12월 사임한 파월 전 부보좌관은 지난 2월 친정인 골드만삭스로 복귀한 상태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미국에 정착한 이민 1.5세대로, 재임 시절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 등을 뒷받침했다. 이방카에게 조언자 역할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는 사실 때문에 ‘이방카의 여자’로 불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헤일리 대사가 후임 인선 작업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심의 초점은 그가 11ㆍ6 중간선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사임한 배경에 모아지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개인적 이유는 없다. 사람은 물러날 때가 언제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에너지와 힘을 쏟아 부을 다른 분들에게 자리를 내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과거 ‘트럼프의 복심’으로 불리면서 대북 제재와 압박을 주도했던 그의 입지가 이제는 예전만 못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각종 외교 이슈를 주도하면서 헤일리 대사의 역할은 확연히 줄어버렸다”며 “여기에다 강경보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까지 등장, 헤일리 대사는 핵심 정책 논쟁의 무대에서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향후 행보도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2020년 차기 대선 출마설에 대해 헤일리 대사는 “앞으로도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견을 종종 피력하겠지만, 2020년 선거에는 어떤 후보로도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무 특보들이 헤일리 대사를 ‘2020년 대선의 잠재적 위협이자 트럼프 의제에 회의적인 사람’으로 보고, 헤일리에게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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