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을 들여 만든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에 저장된 폐기물의 절반이 라돈침대 매트리스보다 방사선량이 낮은 저준위 방폐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정작 높은 방사선을 뿜어내는 중준위방폐물은 각 원자력발전소 내부에 방치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환경공단으로부터 입수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경주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시설에 저장된 폐기물의 45%가 기준치 이상의 방사선이 검출돼 폐기처분 된 라돈침대 매트리스보다 방사선량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주방폐장에 저장된 폐기물 드럼(200ℓ)은 1만5,723개다. 권 의원실이 처분된 방폐물의 표면 방사선량을 전수 조사·분석한 결과 전체의 45.4%가 폐기된 라돈침대 매트리스 모델 중 방사선량이 가장 높게 검출된 모델인 파워그린슬리퍼(0.0038mSv/h)보다 표면 방사선량이 낮았다. 매트리스 모델 중 방사선량이 가장 낮은 폰타나, 헤이즐, 에버그린(0.0003mSv/h) 모델보다 표면 방사선량이 낮거나 같은 경우도 8.23%나 됐다. 라돈침대의 매트리스보다도 방사선량 측면에서 안전한 공구, 작업복, 장갑 등 일반쓰레기 수준의 폐기물이 전체 방폐물의 절반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반면 방사선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핵발전소 폐수지, 필터, 폐윤활유 등 고선량 중준위 방폐물의 경우 방폐장이 아닌 전국 원전의 임시시설에 쌓여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선량이 낮아 지상의 표층시설에 처리해도 되는 극저준위 방폐물은 전량 동굴처리 시설에 저장하면서도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중준위 방폐물은 방폐장 건설 이후에도 원전 내부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 확보한 방폐장이 우선순위와 안전성에 대한 고려 없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 시설인 경주 방폐장은 6차례의 추진과 무산을 반복하며 28년만에 완공됐다. 건설에 투입된 비용만 지역사회 특별지원금을 포함해 약 1조 7,000억원에 달하고 2015년 8월 운영을 시작한 이후 한해 유지비만250~300억이 들어간다.
권 의원은 “천문학적 비용으로 건설한 경주 방폐장의 동굴처분시설에 라돈침대보다 못한 쓰레기가 쌓여있을 뿐 정작 처분되어야 하는 중준위방폐물은 단 한번도 처분된 적이 없다”면서 “방폐장과 방폐물의 관리가 총체적으로 안일하고 비효율적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준위 방폐물은 각 원전에서 관련 시설에서 안전하게 보관 중이며 추후 순차적으로 경주 방폐장의 동굴처분장으로 옮기기 위해 인허가,안전검사 등 절차를 진행 중이다”고 해명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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