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한 부부가 여성 20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크게 훼손한 엽기적 사건이 발생하면서 현지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범죄가 사회 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BBC, 멕시코뉴스데일리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경찰은 지난 4일 수도 멕시코시티 북동부지역인 에카테펙에서 후안 카를로스 ‘N’(34)과 파트리시아 ‘N’(38) 부부를 살인 등 혐의로 체포했다. 멕시코주 경찰은 지난 4월부터 잇달아 이 지역에서 여성들이 실종됨에 따라 수사에 착수해 이들 부부를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의 집 등을 수색해 다수의 훼손된 시신과 옷가지를 찾아냈다. 부부는 시신을 훼손한 다음 비닐봉지로 싸 냉동고에 넣어두거나, 양동이에 시멘트를 부어 봉인하는 식으로 시신을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시신 일부를 식물을 키우는 거름으로 사용하거나 훼손된 시신을 유모차로 운반하는 등 악마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수사당국에 지난 6년간 최소 20명의 여성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카를로스는 살해 전 일부 여성에게는 성폭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들 부부가 한 피해자의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다른 부부에게 800달러를 받고 팔아 넘긴 사실도 밝혀졌다. 아기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유가족에게 인도됐다.
카를로스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학대를 당한 후 여성을 혐오하게 돼 여성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트리시아는 피해자들을 유인하고, 시신 유기를 돕는 역할을 했다. 그녀는 주로 ‘싱글맘’을 대상으로 값 싼 아기 옷을 보여주겠다고 꾀어 집으로 데려왔다.
이들 부부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사리분별은 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를로스는 경찰조사과정에서 “나는 더러운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가톨릭의 가부장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멕시코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만연해 있다. 젠더 문제 연구자인 헤오르히나 카르데나스는 미국 뉴스위크에 “폭력은 사회적ㆍ문화적 관습에 따른 결과”라며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문화가 멕시코 여성들을 죽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여성기구에 따르면 멕시코에서는 매일 7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피살된 여성은 2016년 2,790명에서 지난해 3,256명으로 늘었다. 이와 관련 BBC는 “멕시코에서는 여성 살해가 흔히 일어나며,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멕시코에서는 ‘더 이상은 안 된다(Not one more)’는 구호를 내건 여성 혐오 범죄 반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7일 에카테펙에서는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에카테펙이 있는 멕시코주는 멕시코 내에서도 가장 여성 타깃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악명 높다. 올해 1~4월 전체 실종자 395명 중 207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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