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은 단연 사법농단 사건으로 압축된다. 사상 초유의 재판 거래 의혹 등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는 대법원으로선 역사상 ‘가장 곤혹스러운 국정감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국회에 따르면 10일 오전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사법정책연구원, 양형위원회 등에 대한 감사가 대법원에서 진행된다. 첫 대상인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는 통상 대법원장 업무 비전과 사법독립을 당부하는 여야 의원들의 가벼운 질의 속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여야는 이날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대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국회 법사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이번 국감에선 사법부 국정농단 수사와 그 배경이 조명될 수밖에 없다”며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가 신속히 마무리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대법원 입장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당은 진상규명이 더딘 배경을 집중적으로 지적한다는 계획이다. 사법농단 사태가 지난해 2월 최초로 불거졌고, 법원이 3차례 자체조사를 통해 진화에 나섰으나 오히려 신뢰만 잃은 상태에서 검찰 수사 마저 4개월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강제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 등 각종 영장이 필요한데 발부권한이 있는 법원이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은 “영장은 법관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영장 기각률도 조명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수사 단계에서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 의혹이 나오는 만큼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도 추궁할 전망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해 특별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한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야당 역시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비판에 가세할 계획이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양승태 사법부 당시 대법원 운영비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 역시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2016년, 2017년에도 김 대법원장을 포함한 법원장들에게 ‘공보관실 운영비’가 현금으로 지급됐음에도 검찰이 이를 수사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마련한 예산이 고위 판사들의 활동비로 지급된 부분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은 증인에 모두 배제돼 형식적인 감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국정감사에는 김 대법원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 등 기관 증인만 출석하기로 돼 있다. 여야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ㆍ현직 판사 다수를 일반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편 국회는 10일부터 20일간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법사위 등 14개 상임위원회에서 753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운영위와 정보위, 여성가족위는 다른 상임위 국정감사가 종료된 후인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이뤄진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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