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녀’ 이도연(46ㆍ전북)이 장애인 아시안게임 핸드사이클 2연속 2관왕의 쾌거를 달성했다.
이도연은 9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의 센툴 국제 서키트에서 열린 대회 핸드사이클 여자 로드레이스(스포츠등급 H2-4) 결선에서 1시간15분16초713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전날 여자 도로독주 금메달에 이은 2관왕이다. 그는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2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틀 연속 압도적인 레이스로 2연속 2관왕을 일궜지만 이도연은 담담했다. 그는 “기뻐야 정상인데 그냥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더 크다. 오늘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했다”며 “달리다 보면 멈추고 싶고, 쉬고 싶고, 천천히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걸 이겨내고 달려온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도연은 장애인 아시안게임을 두 달 앞둔 지난 8월 이탈리아 마니아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장비 불량 탓에 제대로 된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다. 그는 “사이클 탄 지 5년 만에 가장 큰 아픔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사연은 한 방송을 통해 방영됐고 이를 본 이도연의 작은 아버지가 나섰다. 새로운 장비를 사라며 흔쾌히 2,000만원을 내줬다.
이도연은 “작은 아버지가 세계선수권에서 장비 불량으로 괴로워하는 걸 보고 우셨다고 하더라. 적지 않은 돈인데도 열심히 하라며 건네셨다. 장비에 문제가 있으면 또 사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보험을 든 듯한, 든든한 느낌이 든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힘겨운 레이스를 펼칠 때 장비에게 말을 건다고 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이제 달리면서 자전거를 향해 이야기를 한다. ‘오늘도 우리 시작했어’ ‘사고 없이 가줘’ ‘조금 더 달리자’고 말한다”고 미소 지었다.
1991년 건물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된 이도연은 장애 이후 아이들을 키우며 평범한 생활을 했다. 좀처럼 밖으로 나가지 않던 그를 밖으로 이끈 것은 어머니 김삼순(70) 씨였다.
이도연은 “내가 다치고 나서 어머니가 많이 울었다. 엄마가 사람들에게 내가 밖에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탁구를 시작했다. 나가니까 좋아하셨는데 그 이후로는 집에 잘 들어가질 않는다”고 농담했다.
그가 탁구, 육상을 거쳐 핸드사이클을 한다고 했을 때 고가의 장비를 사라며 돈을 내준 것도 어머니였다.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장비를 사주고는 일주일 뒤에 이도연을 향해 “힘들면 안 해도 되니 자전거 때문에 하지는 말라”고 했다. 이도연은 “그 말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지금은 세 딸을 위해 달린다. 설유선(25), 유준(23), 유휘(21) 세 딸은 이도연이 “내 전부”라고 표현하는 이들이다.
그는 “첫째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길을 가다 친구들을 만나니까 우리 엄마라며 인사를 하라고 하더라. 다른 엄마들은 건강한데 나는 그렇지 못하니 창피했다. 큰 딸에게 물어보니 ‘엄마가 왜 창피하냐’며 화를 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엄마를 당당히 여겨준다. 딸들에게 엄마가 보물이다. 이렇게 나를 아껴주는데 내가 함부로 할 수 없다”며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 해줬는데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달리고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딸들은 여름에는 핸드사이클, 겨울에는 노르딕스키를 하며 도전을 이어가는 엄마에게 늘 “그만하라”고 말린다. 이도연은 “그래도 운동한다. ‘그만둘까’ 고민한 적 조차 없다”며 “딸들보다 내가 고집이 더 센 것 같다”고 깔깔 웃었다.
조만간 열릴 장애인 전국체전까지 마치면 이도연은 노르딕스키 선수로 다시 변신한다. 그를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서게 만든 종목이다.
이도연은 “조금 벅차다는 느낌은 들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겨울이 지나면 다시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 ‘올인’할 생각이다. 그는 “운동 선수니 금메달이 욕심난다. 은메달(리우) 밖에 못 따서 스스로 만족을 못하겠다. 패럴림픽 금메달은 정말 갖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ㆍ자카르타=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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