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생 증원 해법에 뿔난 간호사들 “인력 확충보다 업무 환경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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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입생 증원 해법에 뿔난 간호사들 “인력 확충보다 업무 환경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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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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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간호학과 학사편입생 한시 증원 발표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 하루만인 9일 오후 3시 30분쯤 8,225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1년도 못채우고 그만두는 수많은 간호사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그저 간호학생을 늘리는 것이 해결방안인가요?”

교육부가 간호인력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5년간 한시적으로 간호학과 편입생 수를 늘리기로 결정하자 간호사 및 간호학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인력난의 핵심 원인인 노동환경 개선은 뒷전인 채 신규간호사 충원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발표 직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반대 청원에는 하루만인 9일 오후 현재 8,000여명이 동의 서명을 했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부터 2023학년도까지4년제 대학 간호학과의 정원 외 학사편입생 비율을 현행 입학정원의 10%에서 3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서비스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현장인력이 부족해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는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의 일환이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에 따라 연간 편입생 규모(2018학년도 입학정원 기준)가 최대 4,700명 증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의 결정이 알려지자마자 간호사들은 “그저 공급을 늘려 수요를 채우겠다는 일차원적 방안”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간호사 인력난은 학생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장시간ㆍ교대제 노동과‘태움’과 같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인데, 이들 유휴인력을 ‘장롱면허’에서 벗어나게 할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간호사 면허 보유 수는 19.6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13.60명)을 웃돌았으나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수(6.80명)는 OECD 평균(8.88명)보다 오히려 적었다. 그만큼 유휴인력이 많다는 뜻이다. 2016년 병원간호사회 조사에서도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이 33.9%에 달하며 평균 근속년수도 5.4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호사들은 이번 결정이 올해 초부터 싹튼 의료계의 노동권 강화 움직임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2월 한 대형병원의 1년 차 간호사의 투신 사망사건을 계기로 보건의료노조 등은 ‘노동시간 특례조항 합의 거부’ 원칙을 세우는 등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38)씨는 “대학에서 배출되는 간호사 수가 많아지면 병원은 휴가 보장을 요구하는 경력자 대신 적은 임금으로도 일자리를 얻으려는 신입 간호사만 뽑으려 할 것”이라며 “섣부른 증원으로 간호사들 처우가 더 악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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