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피살 의혹이 제기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 실종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 정부에게 신속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카쇼키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연락이 두절된 지 일주일 째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총영사관은 ‘그가 떠났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 총영사관은 (보안) 카메라도 없느냐”며 “그가 제 발로 총영사관을 나갔다면 총영사관은 영상으로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카슈끄지 실종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 정부의 범죄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시사한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수사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터키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록이나 증거를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카슈끄지는 이혼 확인서류를 수령하려고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연락이 끊어졌고, 터키 언론들은 6일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안에서 살해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사우디총영사관은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을 떠났다고 반박했으나,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WP는 사우디총영사관이 카슈끄지가 실종된 당일은 주변 보안 영상들이 촬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도 주(駐)터키 사우디 대사를 다시 불러 수사에 ‘전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터키 NTV가 익명의 외교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동 정책에서 사우디와 각을 세우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슈끄지 실종 사건을 사우디를 적극 압박하는 계기로 삼는 모양새다. 터키는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수니파가 다수인 국가이지만,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추진한 핵심 대외 정책마다 반대쪽에 서며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 단교에 동참하기는커녕 카타르를 지원하며 편을 들었고, 사우디의 숙적 이란과도 경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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