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는 기후 변화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윌리엄 노드하우스(77) 미국 예일대 교수와 내생적 성장이론을 연구해 온 폴 로머 미 뉴욕대 교수(63)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노드하우스와 로머 교수를 2018년 제50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 관계자는 “이들은 글로벌 경제에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에 관해 연구해온 공통점이 있다”며 “이 주제는 우리 시대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긴급한 문제”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경제 이론 개발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40여년 동안 지구온난화에 대해 연구하며 20권이 넘는 책을 썼다. 특히 그의 연구는 환경 문제를 정치학과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뒤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데 기여했다. 온실가스 감축조치에 따른 비용과 이익을 분석해 온실효과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모든 국가에 통일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한 게 대표적이다. 교토의정서 같은 정책들이 왜 이산화탄소 배출을 늦추는 데 실패했는지, 어떤 정책수단이 배출량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지 등을 분석한 저서 ‘기후카지노’는 2013년 영국 FT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탄소배출량 2위인 미국이 국내 산업 보호를 이유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고 1ㆍ3위인 중국과 인도는 개발도상국이란 이유로 감축의무에서 제외되는 등 지구 온난화 문제의 핵심은 사실상 경제와 연관돼 있음을 설파했다.
로머 교수는 경제 외부의 과학 기술 발전이 경제를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생산 공정의 개선, 새로운 상품의 개발, 새로운 시장의 개척 등 경제 내부의 혁신이 기술의 진보와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내생적 성장’ 이론의 선구자다. 노벨위는 “로머 교수가 ‘내생적 성장이론’의 토대를 쌓았으며 이 이론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장기 번영을 촉진하는 규제와 정책에 대한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연구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로머 교수는 최근엔 경제를 탈바꿈하는 도시의 힘에 주목하면서 개도국의 급격한 도시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특히 개도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도시를 중국 경제개혁의 실험실이었던 선전처럼 거대한 ‘개혁 지대’로 변모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2016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수석 부총재를 지낸 로머 교수는 튀는 경제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시카고대에서 학부(수학)와 대학원(경제학)을 나온 정통 경제학자지만 “데이터를 통해 이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작은 문제에만 집착한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노벨경제학상은 스웨덴중앙은행이 1968년 제정한 상으로 정식 노벨상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노벨상과 마찬가지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른 원칙에 의거해 스웨덴왕립과학원이 선정해 시상한다.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메달과 증서, 900만 스웨덴 크로나(SEK)(약 11억2,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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