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미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최키로 했지만,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 전 개최는 어려울 전망이다. 날짜와 장소 확정을 실무협상 과제로 넘겼기 때문이다. 이는 정상회담 장소를 준비하는 물리적 시간뿐만 아니라 비핵화 의제를 두고서도 북미가 핵심적인 입장 차를 좁히기엔 촉박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8일 평양과 서울 방문을 마치고 중국으로 떠나기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매우 근접해 있다”면서도 발표 시점에 대해선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때때로 마지막 이슈를 마무리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가 정상회담 일정에 대해 상당한 논의를 갖긴 했지만, 핵심 쟁점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장소를 두고 북한은 평양을 원하지만, 미국은 제3국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방북에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종전선언 등의 교환이 거론됐을 ‘빅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도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한 요인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전날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초청 외에는 구체적인 비핵화 합의 사항을 내놓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평양 공동선언문에서 언급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국제 사찰단 참관에 대해선 “그 또한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북한이 조건부로 제시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에 대해선 “북한과 발표하기로 합의한 것 외에 협상 중인 사안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북미가 실무 협상 재개에 합의하고 동창리 핵 실험장 사찰단 방문으로 단계적 사찰ㆍ폐기 과정의 물꼬를 트긴 했으나, 빅딜 합의까지 이르기에는 여건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앞두고 제재 완화를 거듭 촉구한 반면 미국은 방북 직전까지 대북 제재 리스트를 추가 발표하면서 제재 유지 방침을 고수했다.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 장관과 동행한 국무부 관리가 “이번 방문이 지난 번보다 좋았다”면서도 “먼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빠른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다. 비건 대표는 이날 “어제 밤에 내 카운터파트 측에 가능한 빨리 만나자고 초청장을 보냈다”면서 “우리는 논의해야 할 광범위한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실무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는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중간 선거에 내세울 치적 카드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중간 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유세 현장을 도는 시간을 빼서 해외에 나가는 것도 부담이다.
다만 북미 정상이 정상회담 개최에 의욕을 보인다는 점에서 조기 개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실무회담에서)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에 대한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를 바란다”면서 “하지만 크고 어려운 일부 이슈들은 양국 최고 지도자에 의해 풀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번 방북 협의 사안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정상회담에서 일괄 타결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면 북미 간 실무 협상 속도가 빨라져 정상회담 개최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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