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우 바이바이허, 영화 ‘초연’으로 부산영화제 찾아
“대륙의 수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중국에선 수지씨를 제가 어릴 적 잃어버린 동생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저보다 어리고 연기도 잘하는 분과 비교되니 기분 좋아요.”
‘대륙의 수지’는 성격이 예뻤다. 그의 활기찬 기운과 솔직한 입담에 인터뷰 테이블이 금세 감염됐다. 중국에서 그를 부르는 ‘힐링 배우’라는 표현이 꼭 맞았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방한한 중국 배우 바이바이허(白百何ㆍ33)를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마주했다.
바이바이허는 한국 오기환 감독이 연출한 한중 합작 영화 ‘이별계약’(2013)에서 주연을 맡아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린 중국 톱배우다. 로맨틱코미디 ‘실연 33일’(2011)과 ‘꺼져버려 종양군’(2016)을 비롯해 2015년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판타지 활극 ‘몬스터 헌트’ 등 여러 흥행작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는 홍콩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관진펑(關錦鵬) 감독의 새 영화 ‘초연’을 선보인다. 과거 라이벌 관계였던 두 여배우가 ‘두 자매’라는 연극의 주인공으로 재회하면서 상처를 딛고 화해하는 이야기다. 바이바이허는 왕년의 스타 시우링을 오랫동안 동경한 팬이자 친구인 푸사를 연기한다. 홍콩 공용어인 광둥어로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푸사 캐릭터에 끌려” 망설임 없이 이 영화를 택했다. “순수하게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예요. 여자들 간의 미묘한 경쟁심도 그려지지만 결국엔 서로 배려하며 성장하게 되죠. 푸사는 대사도, 출연 분량도 많지 않아요. 하지만 푸사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완벽했어요.”
그간 보여 준 이미지와 달리 짧은 커트 머리와 남장에 가까운 옷차림으로 몰라보게 변신했다. “늘 새로운 도전을 기다렸어요. 배우와 시나리오의 관계가 꼭 연애 같아요. 원할 때는 다가오지 않고, 뜻하지 않을 때 인연이 찾아오죠. 저에게 주어진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시도하려고 해요.”
바이바이허는 시우링을 향한 푸사의 감정을 매우 미묘하고 섬세하게 그려 냈다. 얼핏 동성애로도 느껴진다. 푸사를 왜 중성적인 이미지로 연출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는 “배우가 내면에서 우러나온 연기를 보여 주면 관객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내 나름의 해석은 갖고 있지만 관객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야기 끝에 그는 익살맞은 농담도 보탰다. “남성 팬들에겐 사과하고 싶어요. 남성적인 캐릭터로 실망감을 드렸네요. 하하.”
바이바이허는 한국문화 팬이다. 중국에 정식 소개되지도 않은 작품까지 챙겨 본다. 최근에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과 ‘부암동 복수자들’(2017)을 흥미롭게 봤다고 한다. 좋아하는 한국 배우로 하정우를 꼽고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하정우씨 영화는 거의 다 봤어요. 정말 좋아하는 배우예요. ‘베테랑’(2015)에서 인상적이었던 유아인씨도 빠질 수 없죠. 얼마 전에 ‘버닝’(2018)도 봤어요.” 2013년 ‘이별계약’으로 내한했을 때 원빈 팬을 자처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니 뾰로통한 표정을 짓다가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원빈씨는 결혼하셨잖아요!”
바이바이허는 “다른 문화권의 작품을 접하면 연기할 때 도움이 된다”며 “바쁜 활동 탓에 못 보는 작품들이 많아서 요즘엔 일부러 스케줄을 여유 있게 잡는다”고 했다. 일상의 즐거움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게 바이바이허의 인생 철학이다. “삶을 오롯이 누리는 게 연기에 무엇보다 큰 도움이 돼요. 그래서 주변 시선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해요.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도 끊었어요. 비밀번호까지 까먹었어요(웃음).”
부산=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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