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3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의 국내ㆍ외 투자를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이 선임됐다. 지난해 7월부터 비어 있던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1년3개월 만에 주인을 찾은 것이다. 유력 후보였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개인 신상과 평판 악화 등의 이유로 낙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공단은 새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안 부문장을 선임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기금운용본부장은 막대한 국민연금 자금을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업무를 총괄하며 자본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린다. 하지만 전임 강면욱 전 본부장이 지난해 7월17일 일신상의 사유로 중도 사퇴한 이후 후임자를 찾지 못한 채 지금까지 약 15개월간 공석으로 비워뒀다.
안 신임 본부장은 1988년 서울증권 애널리스트로 금융투자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뉴욕지점장, 해외운용팀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에는 국민연금에서 주식운용실장과 해외증권실장을 맡아 공적연금 운용에 대한 이해도 높다. 지난해 11월부터는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 사장으로 재직해왔다.
안 신임 본부장이 최종 낙점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월 첫 공모에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대표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청와대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본인과 자녀 병역 문제가 불거져 낙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곽 전 대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원을 권유했다”고 폭로하면서 ‘청와대 인사 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6월부터 시작된 재공모에서는 안 신임 본부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등을 최종후보로 놓고 4개월 가까이 인사 검증이 이뤄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지낸 주 전 사장이 유력 후보로 꼽혔는데, 개인 신상 검증에서 걸렸다고 한다. 사무금융노조 등에서 주 전 사장 선임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센데 비해, 안 신임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안정적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하락세여서 국민 불안이 높아진 만큼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의 어깨는 무겁다. 올해 1~7월 국민연금기금운용 총 수익금은 8조7,277억원으로 수익률은 1.39%다. 국내 증시 부진으로 국내주식 수익률이 -6.11%까지 하락한 영향이 크다지만, 기금운용본부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 신임 본부장은 이날 “고착화되고 있는 저금리ㆍ저성장 기조 등을 극복하고자 투자지역과 대상을 다변화하는데 적극 나서는 등 기금 수익 제고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지난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지침)를 안 신임 본부장이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안 신임 본부장이 폭 넓은 경험을 갖추고 있고, 독립적으로 기금운용을 할 최적의 적임자라 판단했다”며 “자본시장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머슴이자 집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 신임 본부장의 임기는 2년으로 성과에 따라 1년 더 연임이 가능하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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