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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떠들썩했던 ‘연구용 원자로 첫 수출’… 정부 돈 펑펑, 시공사는 적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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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떠들썩했던 ‘연구용 원자로 첫 수출’… 정부 돈 펑펑, 시공사는 적자까지

입력
2018.10.10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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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연ㆍ대우건설 컨소시엄 

 요르단에 1813억 규모 수출계약 

 정부, 수주금 51%나 차관 제공 

 “20조원 시장 열린다” 포장 불구 

 대우건설 추가 수출 1건도 못해 

2009년 정부의 발표에 따라 보도된 연구용 원자로 수출 기사.
2009년 정부의 발표에 따라 보도된 연구용 원자로 수출 기사.

“우리나라 원자력 50년 역사 첫 쾌거, 20조원의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이 열렸다.”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 사업의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2009년 12월 교육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뉴스레터에 나온 말이다. 그 해 한국 과학계는 정부 주도의 첫 원자력시스템 일괄수출이란 성과에 떠들썩했다. 원자력 역사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요르단에 수출한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사업명 JRTR)는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대우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총액 1억6,100만달러(약 1,813억원)에 공동 수주한 이 프로젝트를 발판으로 최대 20조원 규모의 연구용 원자로 시장에 다가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희망도 잠시. 계약(2010년 3월) 후 8년이 흐른 현재 대우건설은 추가 연구용 원자로 수출을 한 건도 해내지 못했다. 여기에 진행 과정에서 요르단에 제공된 저리의 차관(대외경제협력기금ㆍEDCF)이 프로젝트의 절반(51.4%)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원자력 시스템 수출로 포장된 이명박 정권의 공로가 사실상 투자 대비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허상에 불과했던 셈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주 금액 = 그래픽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주 금액 = 그래픽 송정근 기자

2010년 3월 요르단 정부는 EDCF를 전제로 원자력연구원-대우건설 컨소시엄과 1억3,000만달러(당시 약 1,47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EDCF는 인프라 투자를 필요로 하는 개발도상국에 저리로 금액을 빌려주는 것으로 당시 한국수출입은행은 7,000만달러(약 854억원)를 사실상 공짜에 가까운 0.2% 금리에 30년 상환(10년 거치) 조건으로 요르단에 빌려줬다. 이는 그 해 수출입은행이 승인한 23건의 EDCF 중 네 번째로 큰 금액이다. 여기에 2014년에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강화를 위한 추가 작업 용도로 1,280만달러(156억원)를 같은 조건에 또 빌려줬다. 결국 차관이 최종 수주 금액(1억6,100만달러)의 51.4%를 차지하게 됐다. 기술력 수출로 포장됐던 장밋빛 성과는 한국 정부가 손해를 무릅쓰고 퍼준 결과였던 셈이다.

시공사인 대우건설 역시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시 공사에 들어갈 때 내부 영향평가, 부지 보상 등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써 판매관리비가 늘어나 결과적으론 적자를 봤다”라며 “애초에 추가 수주를 기대해 처음으로 진출하는 국가는 이윤을 작게 잡은 것도 적자에 한 몫 했다”라고 말했다. 통상 상용 원자로의 이윤이 수주액의 5~10%인 점을 감안하면 대우건설은 정부 프로젝트로 수 십억원의 기회비용을 날린 것과 같다.

당초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실현되지 못했다. 대우건설은 이후 연구용 원자로 수출을 한 건도 하지 못했다. 관련된 수주로는 당시 파트너였던 원자력연구원이 국내 발주한 186억원 규모의 수출용 신형연구로 및 부대시설의 종합설계용역이 유일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연구용 원자로 분야에 실적이 아직 미비하지만 좋은 경험을 쌓은 데 의의를 두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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