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ㆍ대우건설 컨소시엄
요르단에 1813억 규모 수출계약
정부, 수주금 51%나 차관 제공
“20조원 시장 열린다” 포장 불구
대우건설 추가 수출 1건도 못해
“우리나라 원자력 50년 역사 첫 쾌거, 20조원의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이 열렸다.”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 사업의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2009년 12월 교육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뉴스레터에 나온 말이다. 그 해 한국 과학계는 정부 주도의 첫 원자력시스템 일괄수출이란 성과에 떠들썩했다. 원자력 역사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요르단에 수출한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사업명 JRTR)는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대우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총액 1억6,100만달러(약 1,813억원)에 공동 수주한 이 프로젝트를 발판으로 최대 20조원 규모의 연구용 원자로 시장에 다가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희망도 잠시. 계약(2010년 3월) 후 8년이 흐른 현재 대우건설은 추가 연구용 원자로 수출을 한 건도 해내지 못했다. 여기에 진행 과정에서 요르단에 제공된 저리의 차관(대외경제협력기금ㆍEDCF)이 프로젝트의 절반(51.4%)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원자력 시스템 수출로 포장된 이명박 정권의 공로가 사실상 투자 대비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허상에 불과했던 셈이다.
2010년 3월 요르단 정부는 EDCF를 전제로 원자력연구원-대우건설 컨소시엄과 1억3,000만달러(당시 약 1,47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EDCF는 인프라 투자를 필요로 하는 개발도상국에 저리로 금액을 빌려주는 것으로 당시 한국수출입은행은 7,000만달러(약 854억원)를 사실상 공짜에 가까운 0.2% 금리에 30년 상환(10년 거치) 조건으로 요르단에 빌려줬다. 이는 그 해 수출입은행이 승인한 23건의 EDCF 중 네 번째로 큰 금액이다. 여기에 2014년에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강화를 위한 추가 작업 용도로 1,280만달러(156억원)를 같은 조건에 또 빌려줬다. 결국 차관이 최종 수주 금액(1억6,100만달러)의 51.4%를 차지하게 됐다. 기술력 수출로 포장됐던 장밋빛 성과는 한국 정부가 손해를 무릅쓰고 퍼준 결과였던 셈이다.
시공사인 대우건설 역시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시 공사에 들어갈 때 내부 영향평가, 부지 보상 등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써 판매관리비가 늘어나 결과적으론 적자를 봤다”라며 “애초에 추가 수주를 기대해 처음으로 진출하는 국가는 이윤을 작게 잡은 것도 적자에 한 몫 했다”라고 말했다. 통상 상용 원자로의 이윤이 수주액의 5~10%인 점을 감안하면 대우건설은 정부 프로젝트로 수 십억원의 기회비용을 날린 것과 같다.
당초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실현되지 못했다. 대우건설은 이후 연구용 원자로 수출을 한 건도 하지 못했다. 관련된 수주로는 당시 파트너였던 원자력연구원이 국내 발주한 186억원 규모의 수출용 신형연구로 및 부대시설의 종합설계용역이 유일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연구용 원자로 분야에 실적이 아직 미비하지만 좋은 경험을 쌓은 데 의의를 두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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