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이후 연락 두절 상태인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중국 출신 총재가 중국 반부패 당국에 전격적으로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체포 사실이 공개된 직후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인터폴의 멍훙웨이(孟宏偉·64) 총재가 법을 위반해 반부패 당국인 국가감찰위원회의 감시와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고 AP와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멍 총재는 지난달 25일 모국으로 출장을 간다고 나간 뒤 연락 두절 상태였으며, 인터폴은 실종과 관련해 중국에 명확한 입장을 요구해왔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더 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이 조직은 중국의 공무원 수사와 관련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을 수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조직이 시 주석의 정적 제거에 활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중국 당국의 발표 직후 인터폴은 멍 총재가 총재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인터폴은 다음 달 새 총재를 선출할 예정이며, 이때까지 한국 출신 김종양 인터폴 집행위원회 부총재가 총재 대행을 맡는다. 김 대행은 경남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을 거쳐 2015년 인터폴 부총재에 당선됐다.
중국 당국의 체포 발표는 멍 총재 부인이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위험에 처했다며 국제사회에 관심을 촉구한 직후 나왔다. 멍 총재의 부인 그레이스 멍은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출장을 간다면서 집을 나간 직후인 지난달 25일 남편으로부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음을 의미하는 칼 모양의 이모티콘을 메시지로 받았다고 밝혔다. 이 메시지를 받기 몇 분 전에는 “내 전화를 기다려라”는 문자도 받았다면서 남편이 “매우 바쁜 사람이지만 우리는 매일 연락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그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뒤로 돌아선 채 울먹이면서 준비한 원고를 중국어와 영어로 번갈아 읽었다. 멍 총재는 부인 및 두 아들과 함께 프랑스에서 지내왔다. 멍 총재는 현재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발탁한 인사로 2004년 중국 공안부 2인자인 부부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5월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는 저우의 잔존 세력을 대상으로 한 대숙청 소문이 있다며 멍훙웨이가 그중 한 명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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