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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망상장애,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가장 커

입력
2018.10.09 04:40
수정
2018.10.09 10: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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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총기로 경찰을 살해한 성병대씨가 2016년 10월 26일 오전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서울 강북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서재훈기자
사제 총기로 경찰을 살해한 성병대씨가 2016년 10월 26일 오전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서울 강북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서재훈기자

“나를 독살하려 한다.” “이미 독살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 “해독제가 필요하다.”

충남 서천 50대 남성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56)씨는 경찰 조사에서 줄곧 피해 남성 이모(57)씨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주장했다. 술을 같이 먹을 때마다 자신에게 독을 먹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 말고도 독약을 먹여 죽인 다른 사람이 있다는 말도 꺼냈다.

김씨를 수사한 서천경찰서 형사2팀장 서정원(52) 경위는 김씨가 왜 이씨를 죽였는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독살을 주장하는 것부터가 터무니없는데 그 근거들은 더 황당하기만 하니까요.” 이씨와 김씨는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김씨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씨가 김씨에게 술을 권할 때마다 김씨는 “나 죽이려고?”라고 물었고, 이씨가 “응”이라고 장난처럼 답하는 것을 모두 ‘나를 죽이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서 팀장은 수사 과정에서 여러 명의 프로파일러(범죄심리 분석관)에게 김씨와 면담을 하도록 했다. 프로파일러들이 내린 결론은 ‘피해형 망상장애’가 있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망상장애에는 크게 △과대형(스스로 위대한 능력을 가졌다고 착각하는 것) △질투형(부부, 연인관계에서 바람을 피울 가능성을 항상 의심하는 것) △신체형(자신의 건강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착각하는 것)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피해형이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자신을 누군가 헤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원인’을 제거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도 여럿 있다. 2016년 직접 만든 총으로 경찰을 쏜 성병대(48)씨 경우가 대표적. 성씨는 경찰이 일반인을 시켜 자신을 폭력 사건에 연루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했다. 수사기관이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것처럼 꾸며 평생 감옥에게 가두려 한다는 의심도 가졌다. 이런 망상은 경찰의 위협과 직접 싸우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총기를 직접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성씨는 범행 이후 “독살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가 총을 쐈다”는 등 경찰이 자신을 위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망상범죄자들은 정상적인 사고 체계가 무너져 있는 상태”라며 “망상 증세와 함께 우울증이나 과도한 감정 기복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이 알아채고 치료를 유도해 나가는 게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상황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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