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당국 2인자 출신인 멍훙웨이(孟宏偉ㆍ64)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총재의 실종 사건 미스터리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에서 중국 출장을 간다며 집을 나선 지 2주 가까이 그의 정확한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비밀리에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는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으나, 중국 정부가 입을 굳게 닫고 있어 의혹은 커져만 가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터폴의 위르겐 슈토크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공식 법 집행 채널을 통해 중국에 멍 총재의 상황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터폴 사무국은 중국 당국이 멍 총재 신변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는 공식 답변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브리핑에서 “프랑스와 중국 당국이 다룰 사안으로, 더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언급을 자제했던 인터폴이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사실상 중국 측에 책임 소재의 화살을 돌린 셈이다.
멍 총재의 실종은 가족의 신고로 지난 5일 외부에 알려졌다. 당초 “멍 총재의 부인이 지난 4일 ‘남편이 중국으로 떠난 9월 29일부터 연락 두절 상태’라며 경찰에 신고했다”고 보도됐으나, 프랑스 내무부는 그의 실종 시점을 ‘9월 25일’로 정정했다. 국제기구 수장의 행적이 13일째 감감무소식인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멍 총재의 가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불특정 위협’까지 받고 있다. 이와 관련, SCMP는 “멍 총재가 중국 귀국 직후 어딘가로 끌려가 교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어떤 혐의인지, 어디에서 조사를 받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으나, 진위 여부는 불확실하다.
2016년 11월 인터폴 총재(임기 4년)에 오른 멍 총재의 갑작스런 행방불명은 여러모로 의문투성이다. 지난 4월까지 중국 공안부 부부장을 지낸 ‘실세’였던 데다, 중국 당국이 아닌 프랑스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도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BBC는 “실종 며칠 후에야 부인이 프랑스 당국에 알렸는데, 중국 관리의 가족들은 통상 (본토의) 친척들이 처벌을 받을까 우려해 외국 기관과는 거의 접촉하지 않는다”면서 “그는 도대체 누구의 분노를 산 것일까”라고 지적했다. 일단 중국 당국의 반부패 수사망에 걸려 들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근거나 정황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그의 부부장 지명 시기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최고위급 부패사범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의 공안부장 시절과 겹친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특히 밍톈(明天)그룹 샤오젠화(肖建華) 회장(2017년 1월 실종), 유명 배우 판빙빙(范冰冰, 올해 6월 잠적), 왕젠(王健) HNA그룹 회장 사건(올해 7월 프랑스서 실족사) 등 최근 중국 유명 인사들이 자취를 감춘 일련의 사태와도 맞물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 글로벌공공정책연구소의 카트린 킨젤바흐 연구원은 SCMP 인터뷰에서 “멍 총재의 실종이 일종의 경고가 되면서 (이제) 중국이 국제기구에서 ‘리더’ 지위를 주장하는 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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