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이 노벨평화상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92)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벽에 부딪혀 김 할머니가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윤 이사장은 지난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에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해 동안 나비운동의 최선두에 서서 활동하고 계시는 김복동 할머니를 노벨평화상에 추천했다”며 “유럽연합 의원, 일본 여성학자, 한국의 국회의장 등이 추천 편지를 보냈지만 결국 (수상자가) 안됐다”고 적었다. 나비운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전시 성폭력 피해자 연대활동을 말한다.
올해 노벨평화상이 전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로를 세운 이들에게 돌아갔기 때문에 김 할머니가 수상자 명단에서 빠진 것이 더 안타깝다는 게 윤 이사장의 생각이다. 김 할머니는 2015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데 쓰고 싶다며 5,000만원을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운영하는 나비기금에 기부했다. 나비기금은 그 동안 콩고민주공화국과 베트남의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이후 김 할머니 이름을 딴 ‘김복동평화상’도 제정됐다.
윤 이사장은 “무퀘게, 야지디족 생존자, 김복동. 이렇게 셋이 수상자가 됐다면 그 의미가, 세계 여성인권운동사에 주는 힘이, 엄청났을 것”이라며 “그러나 결국 그들은 콩고와 이라크는 선택했지만 일본은 숨겼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수상 좌절에는 ‘일본의 벽’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벽이 참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시성폭력 피해자 인권운동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분들은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라며 “그 일을 시작하고 세계에 전시성폭력을 인권ㆍ평화문제로 인식하게 하고 유엔 등 국제기준으로 전시성폭력피해자인권회복 기준을 만드는 등의 현격한 공을 만든 분들은 바로 할머니들”이라고 강조했다.
윤 이사장은 “다이너마이트 무기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노벨상을 주고 있어서 그 의미가 우리 할머니들의 숭고한 활동과 결이 다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벨상이 세계에, 특히 평화 영역에 주는 의미가 크다”면서 “노벨평화상 위원회가 썩 이뻐 보이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 5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의 치료 및 재활을 도운 의사 드니 무퀘게(63)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뒤 성폭력 만행을 고발한 여성 운동가 나디아 무라드(25)를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성폭력이 전쟁과 무력분쟁의 무기로서 사용되는 일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노력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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