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이른바 ‘워킹맘’의 절반은 육아 과정에서 친정 어머니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40%에 못 미쳤다. 육아를 다른 사람에게 의탁해야 하다 보니 영아를 둔 워킹맘은 자녀 보육료만 매달 100만원가량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주 4일 30시간 이상 일하는 기혼여성 1,6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7일 발표한 ‘2018 한국의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 자녀를 둔 워킹맘 가정 중 자녀를 온전히 부모가 돌본다는 응답은 22.5%에 그쳤다. 워킹맘 가구 4곳 중 3곳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자녀를 키우는 셈이다. 특히 자녀가 어린이집 등 보육 및 교육기관을 다니더라도 하원 시간이 부모의 퇴근 시간보다 이르다 보니 타인의 도움이 불가피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영유아 자녀를 친정어머니가 돌봐주는 비중(복수응답)은 49.1%로 워킹맘 본인(45.4%)보다 높았다. 사실상 영유아 자녀의 주 양육자는 친정어머니인 셈이다. 배우자(남편)의 돌봄 참여 비중은 36.8%로 상대적으로 낮았고, 시어머니 19.6%, 육아도우미 7.1%에 그쳤다. 육아도우미 채용의 어려움으로는 경력 검증(42.0%), 신원 확인(37.7%), 근무시간 유동성 협의(30.7%)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부부를 제외한 자녀 돌봄 인원은 1명(72.3%), 2명(20.4%), 3명(5.1%) 순이었고 5명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0.7%였다.
워킹맘 가정 중 84.1%는 자녀를 돌봐주는 사람에게 보육료를 지불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월 평균 77만원으로 집계됐다. 자녀가 어릴수록 보육료 지출액이 높았다. 자녀가 영아(36개월 미만)인 경우 월 96만원으로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갔고, 미취학(만 3~6세) 아동 75만원, 초등학생은 58만원이 소요됐다.
워킹맘은 개인 및 가정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로 ‘일과 가사의 병행 어려움’(26.1%)을 첫손에 꼽았고, 육체적 피로 등 건강악화(21.3%), 개인 시간의 부재(13.8%), 육아 등 자녀에 대한 소홀함(13.6%) 등이 뒤를 이었다. 직장생활 스트레스로는 ‘연차 등 휴가 사용의 어려움’(17.9%)이 가장 컸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현실에선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워킹맘 10명 중 8명(83.0%)은 현 직장에 계속 근무하겠다고 응답했다. ‘가계 경제에 보탬이 되기 때문’(60.8%, 복수응답)이다.
보육 지원 정책 이용률은 여전히 낮았다. 재직 1년 이상이고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최대 1년 간 쉬면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이를 사용한 워킹맘은 37.4%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을 쓰지 못한 이유로는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거나 대상이 아니다(31.3%), 회사 분위기상 사용하기 어렵다(24.7%) 등의 답변이 많았다. 정규직 여부와 무관하게 출산 전후 90일을 쉴 수 있는 출산휴가를 사용한 워킹맘도 49.1%로 절반에 못 미쳤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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