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텔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주요 도시마다 다른 성적표를 내며 희비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워싱턴의 트럼프 호텔은 각국의 방문객과 로비스트, 이익단체들이 몰려들면서 호황을 누리는 반면 민주당 성향 도시인 뉴욕과 시카고의 트럼프 호텔은 수익이 떨어져 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뉴욕과 시카고의 트럼프 호텔에 투자한 19명과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부상한 2016년 이후부터 수익 감소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뉴욕과 시카고의 트럼프 호텔은 각 객실을 투자자들에게 개별 분양한 콘도형 호텔인데, 뉴욕의 경우 객실 대여 수입이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14% 감소했고 시카고 호텔도 비슷한 수치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호텔을 운영하는 트럼프 오가니제이션(Trump Organization)이 구체적인 경영 상태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회사가 개별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이 같은 수익 하락으로 각 객실을 소유한 투자자들은 예약, 청소 등 객실 관리비용과 세금을 제하고 나면 수익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10년 전 시카고 트럼프 호텔의 한 객실을 65만달러에 구입한 데이브 로버츠씨의 경우 2015년 수입이 2만900달러였으나 2017년에는 8,900달러로 줄었고 세금과 유지비용을 뺀 순수익은 2,500여 달러에 불과했다. 그는 WP에 “수익이 절반 이상 줄었는데, 트럼프 회사가 유지비용으로 가져가는 돈은 그대로”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는 워싱턴의 트럼프 호텔이 각국 외교 사절에다 공화당 지지자, 기업체 관계자 등으로 북적대는 것과는 대조적인 성적표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의 트럼프 호텔을 통해 지난 한해만 4,040만달러의 소득을 올렸다고 신고한 바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트럼프 호텔도 중국을 비롯한 각국 관광객 유치로 좋은 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뉴욕과 시카고 호텔이 부진을 겪는 것은 이 지역이 민주당 성향 대도시로서 호텔 앞에서 수시로 반(反) 트럼프 집회가 열리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시카고 호텔의 경우 과거 다섯 개 이상의 프로 스포츠 팀이 숙소로 이용했으나 이제는 발길을 끊었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브랜드를 상징하는 뉴욕의 트럼프 호텔에선 이사회가 올해 1월 호텔 이름에서 ‘트럼프’를 빼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WP는 전했다. 이 논의가 흐지부지 끝나긴 했으나, 뉴욕 부동산 사업가의 명성을 안겨준 상징적 빌딩에서 ‘트럼프 이름 빼기’ 논의가 이뤄졌다는 것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굴욕인 셈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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