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까지 북미 협상에 관여했던 미 국무부 전직 고위관계자가 최근 나타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균열로 미국의 협상력이 약화됐다고 우려했다. 또 ‘김정은을 신뢰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잦은 언급과 달리, 미국 실무자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시험하는 단계에서 북미 협상에 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7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지난 7월 은퇴한 수전 손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대행은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 카네기평화재단의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서 “미국이 북한에 사용할 지렛대가 줄어들었다”며 “북한과의 협상이 매우 힘들게 오랜 기간 진행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대북 협상력 약화와 관련, 그는 중국이나 러시아는 물론 한국까지 나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를 낮추려는 분위기를 지적했다. 손턴 전 대행은 “북한은 국제사회 단결을 매우 잘 분열시킨다. 이런 사례를 최대 압박 캠페인에서 이미 목격했다”고 말했다. 모처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가 이뤄지는 듯 했지만, 이미 약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북한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관계도 개선하고 있다”며 “미국으로서는 구체적인 것을 내어주지는 않으면서도 성공적인 협상의 틀을 만들 수 있는 지렛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턴 전 대행은 “북미 대화의 느린 진전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 불만이 큰 걸 알고 있다”면서도 “북한과 김 위원장 생각이 과거와 비교해 근본적으로 바뀌었는지를 시험해볼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결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과거와 달리 비핵화 방침을 굳혔다는 한국 정부의 판단과 달리, 북한과 마주 앉은 미국 협상가들은 여전히 비핵화 의지를 탐색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나선 일부 전문가들은 구체적 비핵화 조치 이전의 종전 선언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퇴임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전 주미 일본대사는 “전쟁이 끝났고 새로운 세상이 왔다지만, 비핵화라는 핵심 사안을 다루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며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정치적인 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상응조치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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