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주식투자에서 10조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국민연금 자산관리를 총괄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 공석 사태가 1년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국민연금 전체 기금운용 수익률은 연 환산 기준 1.86%로, 지난해 연간 수익률(7.26%)의 4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국내주식 투자로만 9조9,58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더구나 기금운용본부 전문 인력 유출까지 겹쳤다.
가뜩이나 제4차 재정추계에서 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진데다, 연간 수익률까지 떨어지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CIO 선임이 이유 없이 늦어지면서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단은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CIO가 사표를 낸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재공모를 실시, 지난 달 최종면접 통과자를 5명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최종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1년 가까이 ‘특정인 내정설- 공단 부인’ 패턴이 이어지면서 억측만 난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 등을 역임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공단 노동조합이 “평판조회를 거친 결과 기금운용을 할 수 있을 만한 자격 자체가 안 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공단은 “선정절차를 진행 중이며,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히는 등 과거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국민연금 CIO는 600조원이 넘는 국민 노후자산 관리의 총괄 책임자다. 탁월한 자산관리 전문가가 맡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여기에 정부 입김으로부터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지켜내면서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을 인물이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기금운용본부의 지방 이전으로 주요 인력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 흔들리는 조직도 서둘러 추스러야 한다. 행여 정부가 이 자리마저도 정치적 목적으로 인선하려 든다면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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