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 협회 설립과 활동을 주도한 가맹점주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매장 점검을 실시한 뒤 꼬투리를 잡아 계약해지 등 불이익을 준 피자업계 매출 3위 피자에땅(에땅)을 적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단체활동을 이유로 가맹점주들에게 불이익을 준 사례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에땅은 가맹점주 509명에게 홍보전단지를 자사로부터만 구매하도록 강제한 혐의도 추가돼 총 14억6,7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에땅은 2015년 3월 ‘피자에땅가맹점주협회’ 설립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인천시 소재 부개점과 구월점을 집중관리 매장으로 분류, 5월까지 약 2개월 동안 이들 가맹점에 위생점검 등의 명목으로 각각 12회와 9회에 걸쳐 이례적인 매장점검을 실시했다. 또 이를 통해 적발한 일부 계약 미준수 사항 등을 내세워 계약 관계를 종료했다. 현행 가맹거래법은 가맹본부가 점주 단체 구성ㆍ가입ㆍ활동 등을 이유로 가맹점주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에땅은 점주 단체를 대화나 타협이 아닌 해산 대상으로 보고 12명의 내부 직원을 무단으로 점주 모임에 투입, 점주단체 구성원 명단을 파악하는 등 체계적인 감시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에땅 내부 보고서에는 점주협회의 자진해산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필요할 경우 강압에 의한 해산’을 적시하기도 했다. 감시활동을 통해 점주단체 모임에 참석한 16개 점포를 집중관리 매장으로 선정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매장 등급을 평가할 때 일반적인 업무 협조도에 따른 등급 분류(A~E)와 별개로 무조건 최하위인 F등급으로 분류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 2~3회 매장점검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인지한 일부 소소한 계약 미준수 사항을 근거로 거래 관계를 종료시켰다. 소위 블랙리스트(Black List)를 만들어 괴롭히고 불이익을 준 셈이다.
공정위는 에땅이 자사로부터만 홍보전단지를 구입하도록 강제한 사실도 적발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14년 동안 가맹점주 총 509명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개별 가맹점주가 100% 비용을 부담하는 지역 광고용 홍보전단지를 반드시 에땅으로부터 구입하도록 했다. 홍보전단지 발행을 위해 가맹점주들에게 예치금을 납부하는 내용을 계약조건으로 하고 월 평균 일정 수량 이상의 전단지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하도록 했다. 가맹점주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맹본부가 요구하는 수량의 홍보전단지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고, 가격ㆍ서비스 수준 등에서 더 좋은 거래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홍보전단지 제작업체와 거래할 수 있는 선택권도 원천 봉쇄됐다. 가맹점주에게 특정 거래상대방과 거래할 것을 부당하게 강제하는 행위는 가맹거래법 위반이다.
아울러 에땅은 가맹희망자에게 점포 예정지에서 가장 인접한 가맹점 10개의 상호ㆍ소재지ㆍ전화번호를 포함한 인근 가맹점 현황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위는 악질적인 행위를 저지른 에땅에 시정명령과 함께 △단체 활동에 따른 불이익 부과 행위 5억원 △홍보전단지 구매 강제 행위 9억6,700만원 등 과징금 총 14억6,700만원을 부과했다. 유영욱 공정위 가맹거래과장은 “이번 조치는 가맹본부가 점주 단체 활동을 이유로 가맹점주에게 불이익을 준 행위를 최초로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이자 가맹본부가 점주에게 물품 구입을 강제해 점주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킨 행위를 엄중하게 제재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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